■ 꽃 이야기 /(25)찔레꽃
■ 꽃 이야기 /(25)찔레꽃
  • 문양 작가
  • 승인 2022.07.07 01:32
  • 호수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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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로 끌려간 힘없는 고려의 아가씨
▲찔레꽃
▲찔레꽃

어릴 때, 배가 고플 때 찔레의 어린 순을 따서 껍질을 벗겨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약간 달착지근한 맛과 쌉싸래한 풀 맛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찔레는 장미과의 낙엽 관목이며, 장미 넝쿨과 같이 넝쿨로 자랍니다. 줄기에 가시가 있고 잎 모양도 장미와 비슷합니다. 들이나 야산에 5월에 꽃이 피며, ‘신중한 사랑, 가족에 대한 그리움, 온화, 고독 등의 꽃말이 있습니다.

찔레꽃 전설

옛날 중국에 있는 원나라의 지배를 받던 고려는 해마다 처녀들을 원나라에 바쳐야 했습니다. 고려는 원나라와의 전쟁에서 진 뒤 침략을 피하기 위해 약속을 지켜야만 했습니다. 고려의 처녀들은 끌려가기 싫어도 나라에서 강제로 원나라로 보냈습니다. 딸이 있는 사람들은 산골에 들어가 숨어 살기도 하였습니다.

찔레와 달래 두 자매도 공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아버지와 같이 산속에 숨어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는 가난해도 행복하게 살았지만, 아버지가 병환으로 몸져 눕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두 딸은 아버지의 약값을 구할 길이 없어서 약초나 나물을 캐서 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결국 관리의 눈에 발각되어 잡혀가고 말았습니다. 둘 다 공녀로 데려가겠다는 것을 언니는 자신이 가겠다고 나서며 동생은 아버지의 병환을 돌봐야 한다고 사정하였습니다.

언니는 공녀로 끌려가고 동생 찔레는 아버지와 고려 땅에 남았습니다. 찔레는 다행히 착한 주인을 만나 큰 고생은 안 했습니다. 그래도 고향의 아버지와 동생의 소식이 너무 궁금하여 병이 들고 말았습니다. 찔레는 아픈 몸으로 고향에 한 번 다녀오겠다고 주인에게 간청했고, 주인은 찔레의 병이 깊어진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허락하였습니다.

떠난 지 10년 만에 돌아온 고향 집은 무너져 버리고 잡초만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아버지와 달래의 흔적은 찾을 수조차 없고, 이웃 사람에게 가족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찔레가 잡혀간 뒤 너무 상심하여 병환이 깊어져 돌아가셨고, 장례를 치른 달래는 그 길로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원나라에서도 몸이 건강하지 못했던 찔레는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회복한 찔레는 어릴 적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지낸 추억이 배어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달래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달래는 찾을 수 없었고, 찔레는 그만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자 찔레가 쓰러져있던 산길에 눈처럼 하얀 꽃이 피었고, 꽃이 진 뒤 서러운 운명을 슬퍼하듯 빨간 열매가 맺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찔레의 슬픈 한이 그 꽃에 서렸다며 찔레꽃이라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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