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마지막 비빌 언덕 생태계 회복 탄력성
■ 모시장터 / 마지막 비빌 언덕 생태계 회복 탄력성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22.07.21 06:24
  • 호수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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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칼럼위원
박병상 칼럼위원

여름이면 오염되지 않은 논 가장자리의 물웅덩이에서 금개구리가 울겠지만 여간해서 보기 어려운데, 여기저기 농촌에서 황소개구리가 운다고 인터넷 게시판에 소식이 올라온다. 20여 년 전이라면 당장 퇴치해야 할 외래종이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황소개구리를 그리 경계하지 않는다. 우리 생태계의 일원이 된 것일까?

우리 생태계에 황소 울음소리를 내는 개구리는 없었다. 덩치가 거대해 토종 개구리와 물고기를 잡아먹고 심지어 들쥐나 뱀까지 잡아먹어 놀라게 한 황소개구리는 북미가 원산지다. 1950년대 고기용을 수입해 양식하다 수익성이 없어 방치해 퍼진 황소개구리는 1990년대 현상금까지 걸며 퇴치하려 노력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토종 동물을 잡아먹을 텐데, 요즘은 왜 황소개구리 울음소리에 긴장하지 않는 걸까? 황소개구리를 잡아먹는 천적이 나타났기 때문이리라.

사라졌다 믿었던 수달이 하천이 조금씩 깨끗해지자 모습을 드러낸다. 생활하수를 하천에서 분리해도 물고기가 바로 늘어나는 건 아니다. 물고기가 먹는 작은 동식물도 늘어야 하고 알을 낳으며 천적을 피할 수초나 바위가 충분해야 하는데, 황소개구리가 나타났다. 허기진 수달에게 황소개구리는 든든한 먹이가 되었다. 수달뿐이 아니다. 메추리알보다 큰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백로와 왜가리의 훌륭한 먹이가 되었다. 수달과 물가를 성큼성큼 걷는 새가 늘어나면서 황소개구리는 생태계에서 자연스레 조절된다.

꽃매미는 어딘가 섬뜩하다. 독이 있다는 듯, 붉은 날개를 펄럭인다. 경계색이다. 중국에선 어떨까? 그 꽃매미를 우리 텃새들이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넘어오던 꽃매미는 안정된 우리 생태계에 정착하지 못했지만, 생태계 연결이 허술해진 요즘은 아니다. 난폭한 개발로 안정성을 잃은 생태계에 꽃매미가 노리는 나무와 풀이 중국에서 넘어와 뿌리를 내려다. 한 가지 과일을 위한 과수원이 거대해지자 꽃매미가 늘었다. 농약을 뿌리면 꽃매미는 이겨낼 것이고 새는 떠나겠지만, 텃새를 받아들이면 황소개구리처럼 꽃매미도 자연적으로 조절될지 모른다.

최근 물가가 올라 걱정이라고 한다. 우리뿐 아니라 나라 밖의 사정도 비슷한 모양인데, 재난지원금이 시장에 풀리면서 통화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거리두기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에게 제공한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통화량을 얼마나 늘렸는지 파악할 능력은 없는데, 경제위기도 코로나19처럼 정부와 시민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텐데, 걱정은 그 너머에 있다. 우리는 생태계 파괴가 초래한 코로나19의 실상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위기를 넘어도 황폐된 생태계가 회복력을 잃으면 파국이 두렵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내연기관이나 전기 충전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다. 사람 역시 다채로운 동식물이 어우러지며 안정된 생태계에서 생존이 가능한 생명체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끝모르는 탐욕이 빚은 분별없는 개발로 생태계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이제 다양성을 잃었다. 회복 가능성까지 희미해지자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세계로 창궐했고, 이후 어떤 감염병이 뒤를 이을지 모른다. 그러자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회복탄력성을 거론했다. 인류의 생존을 생각한다면, 생태계의 회복 가능성은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희망마저 잃을 수 없다. 황소개구리와 꽃매미가 조절되는 걸 보면 인류 생존의 비빌언덕인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닌가 보다. 하지만 심각하게 허약하다. 생태계를 구성하던 동식물은 위기에 몰렸다. 백두대간과 갯벌 일부가 남은 우리 생태계의 회복탄력성은 가녀리게 숨을 쉴 따름이다. 코로나19 창궐은 마지막 경고인지 모르는데, 화석연료 과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대안은 가능할 수 없다. 생태계 회복 없는 회복탄력성은 없다. “세계 초일류보다 훨씬 절박한 비빌 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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