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승수 칼럼 / 정보공개 청구하는 똑똑한 시민이 필요
■ 하승수 칼럼 / 정보공개 청구하는 똑똑한 시민이 필요
  • 하승수/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 승인 2022.08.05 09:34
  • 호수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승수/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하승수/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2000년대 초반 무렵 일본의 시민단체들과 교류를 몇 차례 했다. 당시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본에서는 나이가 상당히 많은 분들이 시민단체 활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한번은 60이 넘어 보이는 분이 필자의 통역을 맡아줬었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은행지점장을 하다가 퇴직을 한 분이었다. 그런데 퇴직 후에 의미있는 활동을 찾다가 시민단체 활동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필자와 교류를 한 시민단체들은 주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하던 곳이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정보공개가 되지 않으면 소송도 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전국 곳곳에 시민옴부즈만이라는 자발적인 시민모임들이 이런 활동을 하고 있었다. 지금 한국에서는 시민옴부즈만이라는 명칭이 주로 관에서 위촉되어 고충민원을 담당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2000년 무렵 일본에서는 관()으로부터 독립하여 관을 감시하는 풀뿌리 시민단체들이 시민옴부즈만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모임의 규모도 크지 않았다. 지역에 따라 참여하는 시민의 숫자가 다르지만, ‘도쿄 시민옴부즈만이 경우에도 2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임이었다.

한번은 전국의 시민옴부즈만들이 1년에 1번 모인다는 전국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깜짝 놀랐던 것은, 일본 곳곳에서 자기 돈 내고 모인 사람들이 12일 동안 열정적으로 대회에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한 지역에 5분의 발표시간이 주어지는데, 그 시간동안 자기 지역에서 1년 동안 어떻게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했는지를 발표했다. 자기 지역의 활동을 자랑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의 활동사례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행사가 끝나고 왜 이런 활동을 하느냐고 참석자 몇 사람에게 물었더니,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다는 답이 나온다. 은퇴를 한 세대의 경우에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보다 더 나온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오래전에 연락이 끊겨서 그때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시민옴부즈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 시점에 한국에도 이런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에는 1998년부터 정보공개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공공기관들에 대해 정보공개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온라인 정보공개시스템(www.open.go.kr)으로 들어가면, 자기가 정보공개청구하고 싶은 기관을 선택해서 손쉽게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 익숙해지면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10분을 넘지 않는다.

제도를 활용하는 시민들도 늘었다. 정보공개청구건수는 199825475건에서 2020836080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렇게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공익을 위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활용하는 시민은 여전히 많지 않다.

물론 자신과 이해관계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정보공개청구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보공개청구는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매우 유용한 제도이다. 예를 들면, 자기 집 앞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공사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공사의 경위나 예산액수, 공사업체 등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본인과 이해관계가 없지만 공익의 실현을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활용하는 시민들이 더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 굳이 시민단체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정보공개청구는 1인 시민단체로도 할 수 있는 활동이다.

물론 바람직한 것은, 몇명이라도 모여서 일본의 시민옴부즈만같은 모임을 구성해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사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부터 감시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감시의 눈이 없으면, 부패하고 무능해지기 쉬운 것이 권력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지역정치는 일당지배 또는 양당지배 상황에 놓여 있다. 부패와 독선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다. 7월부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임기도 새롭게 시작된 만큼, 이들이 사용하는 예산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감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방관료조직도 고여있는 물처럼 되어 있어서, 납득할 수 없는 행정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사는 지역부터 맑고 밝게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정보공개청구운동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정보공개청구라는 시민의 도구를 잘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