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맺은 연 놓지 말자!
한 번 맺은 연 놓지 말자!
  • 공금란
  • 승인 2004.04.09 00:00
  • 호수 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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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지난 4일 정원예식장에서 치러진 2쌍의 결혼식. 이날 식장에서는 결혼행진곡 대신 노사연의 ‘만남’이 흘렀어야 했다. 우연이 우연을 낳고 그것은 필연을 기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쟈식! 반갑다. 잘 지냈냐.”(백승일)
“너도 잘 지냈지. 흐흣”(백승일)
결혼식장 로비에서 만난 동명이인 신랑. 오랜만의 해후에 악수를 나누며 서로의 앞날을 축복한다. 2쌍의 결혼식이 1시간 간격으로 치러지지만 신랑의 동명에 하객들마저 잠시 혼란스럽다. 학교 동창생들은 한 장소에서 두 사람을 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란다. 동명이인으로 인한 주변인들의 혼란과 웃음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산의 시문중학교 입학식 날, 반배치 시간이 순간 웃음바다로 변했다. 시초 태성리에 거주하는 백승일(32)과 문산 은곡리에 거주하는 또 다른 백승일(32). 이름이 같아 교사의 호명에 함께 대답했다. 친구들 역시 혼란스럽다며 키가 큰 승일이에게 ‘큰 승일’, 키작은 승일에게는 ‘작은 승일’이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참 이런 우연도 있을까요? 저도 결혼식장 예약하러 왔다가 놀랐어요. 사실 4월에 작은 승일이 결혼식을 한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장소와 날짜까지 같을 줄 꿈에도 몰랐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구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 승일, 인터넷으로 게임을 하다 만난 부인 한유미씨와 사랑을 키워왔다. 결혼은 태생지에서 하겠다는 결심에 식장 예약을 위해 지역의 여러 결혼식장을 돌아다녔고 마침내 결정한 곳이 우연하게 작은 승일씨 결혼장소와 같았다.
“물론 저희도 처음에는 망설였는데요. 그냥 이곳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아직까지 이름 때문에 큰 혼선은 없지만… 아무튼 앞으로 남편 잘 챙겨야 겠죠”
재치 있는 신부 유미씨의 말에 식장은 웃음바다가 된다. 그녀의 말에 친구들은 첫날밤만 잘 챙기면 된다며 우스개 소리를 한다.
“학창시절 우정요? 뭐 학교도 작은데 서로 편가르고 할 것 있나요. 다들 친하게 지냈어요. 추억이라고 말할 것은 없지만 아무튼 동기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지금 만나도 이렇게 반갑네요.”
화통한 성격의 작은 승일씨. 사랑하는 사람과 연을 맺는 결혼만큼 친구를 다시 만나 기쁨이 두배라며 앞으로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 갈 것을 다진다.
“지역 경기가 어려워 젊은 사람들이 떠난다고 하지만 저희는 지역 지킬 거예요. 그리고 인구가 갈수록 감소한다고 하는데… 가족계획은 앞으로 좀더 생각해 봐야 할 듯 해요”
농협에서 고객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작은 승일의 신부 박종미씨. 지역에 대한 애향심이 자신도 모르게 생겼다며 앞으로 알콩달콩 신혼살림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저희 지금 신혼집

은 구미에 마련했지만 5년 정도 후에는 서천에 내려올 거예요. 지역이 좋고 친구도 많으니까 사업을 할까 생각중이거든요. 작은 승일, 나 내려올 때까지 터 좀 잘 닦아주게“
조만간 도시 생활을 접고 지역에서 새 출발을 계획하고 있는 큰 승일. 그리고 지역에서 토박이로 터전을 일궈 가는 작은 승일. 지금 작은 인연의 끈들이 앞으로 필연을 만들고 서로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서천을 앞당기고 있음을 믿고 있다. 그리고 동명이인의 두 젊은이는 서천의 미래를 밝히는 촛불로 동상동몽을 꾸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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