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청년들의 기후행동은 정당하다
■ 모시장터 /청년들의 기후행동은 정당하다
  • 뉴스서박병상 칼럼위원천
  • 승인 2022.12.19 18:07
  • 호수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병상 칼럼위원
박병상 칼럼위원

수소는 친환경인가? 수소자동차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므로 친환경인가? 많은 사람은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그럴까? 전국에 40군데 넘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화력발전소에 비해 규모가 작아 눈에 띄지 않지만, 인근에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아도 긴장하지 않는다. 친환경이라 하지 않던가.

광고는 노골적이다. 수소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면 주변 환경이 푸릇푸릇하게 변한다. 현대자동차의 광고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3%를 차지하는 포항제철도 마찬가지다. 산화된 철은 환원해야 사용할 수 있는데 이제까지 환원을 위해 탄소를 사용했지만, 수소로 바꿀 예정이므로 친환경이라고 부르짖는다.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의 주요 장비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까지 친환경을 들먹인다.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사업에 나설 예정이므로 그렇다는 건데, 수소를 앞세우면 친환경으로 변장해도 되나?

수소는 존재하는 물질계 원소 중에서 가장 작다. 대부분 화합물 상태로 존재한다. 그런 수소를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면서 철 환원에 사용할 것인가? 자연에 존재하는 순수 수소는 우주와 바다에 있으니 모을 수 없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건 아니겠지? 수소 추출 과정에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그리고 온갖 불순물이 분출되는 방법은 피하겠지? 전기로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하려는 걸까? 철 환원에 필요한 수소는 막대하므로 물을 분해하는 전력도 어마어마할 텐데,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확보할지 포항제철은 밝혀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솔직한가? 암모니아에 포함된 수소를 분리하겠다는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지 밝히지 않는다. 화석연료로 암모니아를 생산한 뒤 수소를 분리하는 방식이라면 친환경일 수 없다. 두산중공업과 포항제철의 이미지 광고는 친환경을 모독했다. 공익에 반하는 비윤리적 광고는 규제해야 마땅하다. 국가가 제대로 규제할 수 있을까? 우리 규제당국의 자세는 믿을만할까? 미래세대의 처지에서 규제할 의지가 있을까?

미래세대의 생존을 염두에 둔다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자면 탄소중립을 2050년보다 최소 10년은 앞당겨야 한다고 기후 전문가는 경고하는데, 우리 기준은 산업화 이전이 아니라 2018년이다. 2030년까지 2018년보다 40% 줄이겠다는 건데, 8년 남은 현재, 실적은 거의 없다. “이러다 우리 아기는 다 죽는다!” 지난 613일 아기를 안고 헌법재판소 앞에 나선 젊은 부모는 외쳤다. 기후변화청년모임 대표도 정부 정책을 차라리 외면하겠다고 외쳤다. 유럽 환경단체는 우리나라를 악당국가로 지목한다. 기후위기 조장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때문인데, 정부마저 제 얼굴에 녹색분칠을 하니, 외면해야 할 그린와싱이 분명하다.

청년기후긴급행동과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청년 활동가는 2021년 세계 굴지의 화력발전 보일러 생산기업인 두산의 사옥에 잠입, 조형물에 초록색 스프레이를 뿌렸다. 그린와싱 기업이므로! 과연 두산은 두산다웠다. 500만 원과 1840만 원 손해배상 청구로 화답한 건데, 그 정도 피해를 보았다고? 두산중공업이 피폐하게 만든 청년의 삶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겠다는의지로 직접행동에 나선 청년들은 우리의 생명, 안전,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재앙에 빠트렸을 때 이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시민들이 지켜보고, 문제 제기하고,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를 몸으로 인식하는 젊은이의 행동은 정당하다.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역사적으로 우리는 젊은이의 뜨거운 행동을 여러 차례 경험했고 덕분에 사회의 건강성을 보전해왔다. 정부는 저항하는 청년을 외면하면서 벌금으로 괴롭힌다.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지켜야 할 책무를 버렸다. 자신의 머지않은 내일을 위한 청년의 저항은 정당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정부와 법원은 깨어나야 한다. 그린와싱 기업에 직접행동으로 맞선 자랑스러운 젊은이에게 표창장을 허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