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우선은 몸이 건강해야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우선은 몸이 건강해야
  • 송우영
  • 승인 2023.02.04 07:18
  • 호수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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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서천서당 훈장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논어 학이편1-16문장에서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할게 아니라<불환인지불기지不患人之不己知> 내가 남을 몰라보는 것은 아닐까를 걱정하라<환부지인야患不知人也>”고 당부하신다.
위 문장에는 알지라는 글자가 나오는데 후학들은 이 글자를 지와 지로 구분하여 말하기를 남을 아는 것이 지이며 나를 아는 것이 지고 했다. 이를 훗날 명말청초의 대학자 국가흥망필부유책國家興亡匹夫有責이라는 말을 한 고염무顧炎武후학이 지와 지에 이르는 길은 근과 근이라 했다.

앞에 근은 몸으로 애를 써야 한다는 부지런할 근이요 뒤에 근은 안다고 하여 함부로 나대지말라는 삼갈근 이다. 그러므로 지와 지에 이르고자 한다면 독서만권讀書萬卷 행만리로行萬里路를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흔히 고염무의 사언대구경책四言對句警策으로 통하는 이 말은 공부는 먼저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다녀라는 말이다. 어려서 글자를 깨우쳐 공부를 시작한 고염무는 스스로 자신을 감독한다는 자독독서自督讀書공부법으로 모든 책을 우선 먼저 필사하는 것을 공부의 첫 시작으로 삼았다는 인물이다. 사마천의 사기를 비롯해 한서, 후한서, 삼국지, 등을 완독했다 전하며 종내는 자치통감資治通鑑까지 필사를 했다 한다.

자치통감은 책 권수가 무려 294권에 이르며 글자 수를 따져 묻는다면 장장 300만 여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하기 이를 데 없는 방대한 통사다. 본시 자치통감이라는 책은 북송 때 정치가 사마광이 편찬한 편년체 역사서로 1065년부터 1084년까지 약 20년간에 걸쳐서 완성한 거질의 역사서다. 그의 공부법 중에 하나는 하루 세 번 집 밖에 나서는 일일삼기행一日三起行이라 하는데 최소한 하루 세 번은 일어나 마당을 걷는다는 말이다.

그가 이렇게 하게 된 연유는 횡거 장재 선생橫渠張先生에게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일찍이 횡거 장재 선생께서는 북송 정치가 재상 범중엄으로부터 중용 책 한 권을 전해받으면서 당한 치욕(?)을 설욕하고자 동네에서 멀찍이 떨어진 인적이 쉽게 드나들기 어려운 산속으로 들어가 호랑이 가죽을 구해서 방석으로 삼고 책을 읽기를 시작했는데 방석으로 깔고 앉았던 호랑이 가죽이 두 번씩이나 구멍이 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공부했다고 전하는 인물이다.

장재 선생의 십대는 공부는 안했으면서 주워들은게 많아 떠벌이였다. 특히 상처입고 전장에서 돌아온 늙은 퇴역 군인들의 잔심부름을 잘 해준 탓에 틈틈이 차도 마시는 사이 늙은이의 지혜(?)를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고 나름 자부하고 있었는데 재상 범중엄을 만난 뒤로는 제대로 아는 게 없음을 치욕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깨닫고 절치부심 공부한 것이다.

장재 선생은 낮밤이 없다. 그냥 아무 때나 공부했고 하루가 거의 공부로 시작해서 공부로 끝났다고 했으니까. 어찌됐건 공부에 대한 의지 하나는 대단한 것임에 분명했다. 결국 훗날 북송오현이라는 거유巨儒의 반열에 오른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를 부르기를 집밖에 나서지도 않는 책만 읽는 벽창호라 불렀다. 고염무는 이 정도는 아니고 아침 점심 저녁 식후에는 반드시 걷는다는 어찌보면 양생법에 있어서 상당히 진보적이랄 수 있다.

조선시대 양생법의 거유를 꼽는다면 흔히 세 사람을 드는데 퇴계 이황. 미수 허목. 우암 송시열이 그다. 미수허목은 그야말로 도사를 능가하는 인물로 거의 신선神仙의 반열은 아니어도 그 경지에 가까운 인물이다. 일반인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섭생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몸을 아껴온 인물이다. 퇴계 선생은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탓에 스스로가 터득한 양생법으로 흔히 영선도인법으로 불리는 자기수양법을 갖고 계시다. 이는 곧 병약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양생법인 셈이다. 우암 송시열 선생님의 경우는 정해진 시간에 진지 드시고 정해진 시간에 주무시는 자연순리에 자신의 몸을 맞춰 함께 흘러가는 체화를 체득하셨던 분이시다.

그렇다면 이분들은 어찌하여 자신의 몸을 그리도 아꼈을까? 여기에는 한 가지 이유만 존재한다. 오로지 공부하기 위하여이다. 혹여 배탈이라도 한 번 날라치면 그만큼 공부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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