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자를 사숙한 맹자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자를 사숙한 맹자
  • 송우영
  • 승인 2023.02.10 01:09
  • 호수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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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 서천서당 훈장
송우영 / 서천서당 훈장

인류에 공부의 문을 여신 유가의 비조인 공자님의 군자지학君子之學을 고도의 윤리지학으로 변주시킨 인물을 들라면 아마도 맹자를 비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맹자는 불멸의 철인임에는 분명한 까닭은 공자님의 인을 의로 주석을 달아 인의仁義로 명명한 인류 최초의 인물이기 때문이리라.

고래로 성경현전불가감론聖經賢傳不加減論이라 하여 본래 경과 전이라는 것은 일점일획도 가감해서는 안되는 거다.<기독교경전 마태복음5:17-18> 서진西晉 학자 장화張華가 쓴 박물지博物志 제 육권 문적고文籍考에 따르면, 성인의 말씀을 일러 경이라 하고<성인제작왈경聖人制作曰經> 현자의 말씀을 일러 전이라 한다.<현자저술왈전賢者著述曰傳> 이를 합하여 경전經傳이라 하는데 어려서부터 이러한 경전들을 가까이 두고 읽고 완숙하여 사람의 도리를 몸으로 익혀가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 된다.

문제적 인간 호굉胡宏에 따르면 이를 수신의 공부라 한다. 물론 지금의 세상에서는 다소 케케묵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으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책들은 수천 년을 지나오면서 사람의 입에 입을 통하여 검증에 검증을 받아 살아남은 책이라는 점에서 후학들은 반드시 한번은 읽고 가야 할 책이다.

이를 몸으로 실천해 후학들에게 모범을 보인 이가 맹자인 것이다. 인류는 이러한 맹자를 일러 아성亞聖이라 부른다. 공자님 같은 성인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성인쯤은 된다는 말이다. 그가 그 자리에까지 이르는 데는 헐렁하고 느슨하게 살아오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리라.

맹자의 아버지는 주국공邾國公 맹격孟激인데 여러 일설이 있으나 분명한 것은 맹자 나이 삼세 이전에 돌아가셨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맹자는 어려서부터 공부만 한 사람이다. 물론 맹모삼천지교에서 보듯이 맹자가 어린 시절 모친이 이사를 잘못 가서 시장에서 물건 파는 장사 흉내를 내면서 지내기도 했고, 또 이사를 잘못 가서 묘지 근처에 살면서 장례지내는 흉내를 내면서 지내기도 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문헌에도 맹자가 공부 안하고 헐렁하게 지냈다는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다.

맹씨보孟氏譜에 따르면 맹자는 나면서 총명했으며<맹자생유숙질孟子生有淑質>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숙상기부夙喪其父> 어려서 인자한 어머니의 은택으로<유피자모幼被慈母> 세 번 집을 옮겨가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삼천지교三遷之敎>고 전한다.

맹자孟子 이루장구하편離婁章句下篇의 본인의 자서自敍에 따르면 나는 공자님의 직접적인 제자가 되지는 못했지만<여미득이공자도야予未得爲孔子徒也> 다른 사람의 가르침으로 공자님을 배울 수 있었다.<여사숙제인야予私淑諸人也> 여기서 사숙私淑이라는 고사가 시작된다. 직접 가르침을 받지 못했지만 책이나 혹은 누군가를 통하여 그분의 사상과 철학을 간접적으로 듣고 배워 본받아 따르는 것을 말한다.

결국 맹자는 공자님이라는 위대한 성인을 목표로 세우고 공부를 열심히 한 인물이다. 자신의 공부 과정을 맹자孟子 고자장구하告子章句下편에서 이렇게 술회한 바도 있다. “그러므로<>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이 사람에게 내리려 할 때에는<천장강대임어시인야天將降大任於是人也> 반드시 먼저 그 심지를 괴롭게 하며<필선고기심지必先苦其心志>, 그 근골을 수고롭게 하며<노기늑골勞其筋骨>, 그 체부를 굶주리게 하며<아기체부餓其體膚>, 그몸을 빈궁하게 하여<공핍기신空乏其身> 행함에 그 하는 바를 불란시키니<행불란기소위行拂亂其所爲> 이것은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게 하며<소이동심인성所以動心忍性> 그 능하지 못한 바를 증익하게 하려는 것이다<증익기소불능曾益其所不能성백효현토완역맹자집주523>”

공부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음을 에둘러 완곡히 표현한 말이라 하겠다. 맹자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기 전에 6명의 인물의 성공기를 말하는데 지면의 한계상 기록은 못하나 그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인생의 나락인 밑바닥을 치고 올라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맹자께서 말하고자하심은 무엇일까. 읽는 사람에 따라서 받아들임이 모두는 각각이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글자로 압축한다면 공부하라쯤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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