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나를 닦아 세상을 이롭게 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나를 닦아 세상을 이롭게 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
  • 송우영
  • 승인 2023.02.18 11:05
  • 호수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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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서천서당 훈장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아버지가 아들에게 수기치인修己治人을 물으니, “자신을 닦은 연후에 백성을 다스린다는 말입니다라며 아들이 말한다. 이에 아버지는 또 묻는다. 그 말의 출전도 아느냐? “논어 헌문편에 이릅니다라며 아들이 답한다. 그 내용을 배강背講<안보고 외우기>보라 하니 아들이 내용을 외워 답한다.

자로문군자子路問君子한데 자왈子曰 수기이경脩己以敬이니라, 여사이이호如斯而已乎잇가 왈수기이안인脩己以安人이니라, 여사이이호如斯而已乎잇가, 수기이안백성脩己以安百姓이니 수기이안백성脩己以安百姓은 요순堯舜도 기유병저其猶病諸시니라.”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위의 문장 출처인 논어헌문14-45문장을 성백효 역주 현토완역 논어집주 429쪽에서 재인용하면 해석은 이렇다.

자로가 군자에 대하여 물으니 공자께서 경으로써 몸을 닦는 것이다 하셨다. 자로가 이와 같을 뿐입니까? 하고 묻자 몸을 닦아서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하셨다. 다시 이와 같을 뿐입니까? 하고 묻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몸을 닦아서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니 몸을 닦아서 백성을 편안하게 함은 요순堯舜께서도 오히려 부족하게 여기셨다.”

아들의 답을 다 듣고 난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한다. “그동안의 공부가 애씀이 보이는구나. 그러면서 부언을 하기를, 얼굴을 보려면 커다란 세수대야인 반에 채워진 물에 비춰보면 될일이고 몸을 보려면 전신 목욕통인 감에 채워진 물에 비춰보면 될 일이고 옷이나 의관이 제대로 갖췄는가를 보려면 동으로 된 거울을 보면 될 일이다. 이렇듯 역사서를 읽으면 나라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으며 경전을 읽으면 내가 지금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지를 볼 수 있다. 그러니 한시라도 옛 성현의 글들을 읽기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야.”

위 이야기는 당태종 이세민이 어려서 아버지와의 대화 일부라 전한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작게는 나를 닦음이요 크게는 가문을 일으킴이요, 더 나아가서는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는 군자의 기본 소양인 셈이다. 군자란 스스로를 수신하고 세상을 다스리는 것에 뜻을 두고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수신을 통하여 자신의 인성을 이루고 이루어진 인성으로 세상에 출사하여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유익에 이르도록 하는 것에 그 뜻을 둔다.

중용은 이를 나를 이룬 연후에 모두를 이롭게 한다고 했다.<성기성물成己成物> 대학에서는 이를 수제치평修齊治平이라고 했다. 몸을 닦고 결혼을 하고 나라를 다스리고 그런 다음에 천하 모두를 무탈하게 한다는 말이다.

수기치인에서 치인治人이라는 말은 남을 지배한다거나 다스린다는 상명하복의 계급적 관계가 아닌 치는 정이고 정은 정이다. 그래서 공자님은 다스림의<>시작은 자신의 먼저 바름<>이라 말씀하신 거다.

논어論語안연편顔淵篇12-17문장에 그 기록이 있다. 나라의 실세 계강자가 공자님께 정치를 물으시니<계강자문정어공자季康子問政於孔子> 공자님 말씀에<공자대왈孔子對曰> “정치란 바로 잡는 것이다.<정자정야政者正也> 계강자 그대가 솔선하여 바름으로써 본을 보인다면<자솔이정子帥以正>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숙감부정孰敢不正>”
그렇다면 나를 닦는다. 할 때 여기서 닦음은 공부하는 행위인데 무엇을 공부하는 것인가 이는 곧 덕이다. 덕은 세상 모든 사람이 가슴에 품고 있는 그릇이다. 그 그릇을 얼마만큼 갈고 닦고 채우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이 훗날 자라서 어른이 되어 자신과 가정과 이웃과 사회와 나라에 대하여 어떤 이익을 주느냐를 말하는 거다.

바로 이 점이 어려서부터 허투루 살아서는 안되는 절대적 이유인 셈이다. 본시 덕이란 남들이 나를 본받게 하는 바름에서 시작되어 결국에는 남에게 유익을 주는 행위이다.<덕야기효득리德也己效得利> 남에게 유익을 주려면 어려서부터 몸 공부 마음 공부 가릴 것없이 열심으로 해야 한다. 공부란 무엇일까 공자님께서는 논어 첫줄 첫 글자에서 이를 학이라 했다. 이란 어린 자녀가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쓰고 외우기를 반복하는 일이다. 세상에 살면서 공부보다 유익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시킨 것도 아닌데 틈만 나면 공부하는 자녀가 있다면 그런 자녀를 둔 부모는 하늘의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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