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배워 자주 익히면 기쁘지 아니하랴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배워 자주 익히면 기쁘지 아니하랴
  • 송우영
  • 승인 2023.03.17 07:50
  • 호수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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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 서천서당 훈장
▲송우영 / 서천서당 훈장

성리학에서는 사람을 크게 삼적인三的人으로 본다. 역사적으로의 사람, 도덕적으로의 사람, 이상적으로의 사람이 그것이다.

역사적으로의 사람은 옛것을 종적縱的으로 읽어 시간적時間的으로 해석해 내는 공부가 있어야 하며, 도덕적으로의 사람은 현재를 횡적橫的으로 읽어 공간적空間的으로 해석해 내는 공부가 있어야 하며, 이상적으로의 사람은 미래를 환묘環渺로 읽어 시공적時空的으로 해석해 내는 공부가 있어야 한다.

논어공야장편5-25문장에 따르면 하루는 안연과 자로가 공자를 모시고 있을 때<안연顏淵계로季路> 공자께서 안연과 자로에게 물었다.<자왈子曰> “너희들의 뜻을 말해 보거라.<합각언이지盍各言爾志>”하니 자로가 말한다.<자로왈子路曰> “수레와 말 가벼운 갖옷을<원거마의경구願車馬衣輕裘> 친구와 함께 쓰며<여붕우공與朋友共> 그것이 다 닳아 없어져도 벗을 원망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폐지이무감敝之而無憾>” 그러자 이번엔 안연이 말한다.<안연왈顏淵曰> “잘했다고 자랑하지 아니하고<원무벌선願無伐善> 공로가 많다고 해서 과장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무시로無施勞>”

그러자 자로는 스승 공자의 뜻을 알고자 하여 묻기를<자로왈子路曰> “원컨대 공자 선생님의 뜻이 어떠신지 알고 싶습니다.<원문자지지願聞子之志>”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자왈子曰> “늙은이에게는 편안함을 주며<노자안지老者安之>, 벗에게는 믿음을 주며<붕우신지朋友信之>, 젊은이에게는 나를 기억할 수 있게 하고 싶다.<소자회지少者懷之>”

마지막 줄 공자님 말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늙은이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며, 벗은 지금 살고 있는 현재의 일이며, 젊은이는 자라나는 세대이니 미래의 일인 것이다. 이는 크게는 공자께서 펼치고자 하는 도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까지 연결된다는 말이다. 이를 작게 수신修身으로 돌아본다면 과거를 공부해서 현재를 살고 미래를 꿈꾼다는 말이다.

공자께서는 일찍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했다. 여기서 접속사 이를 빼고 4자성어로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도 말하는데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라는 말이다. 또 공자께서는 자신의 공부습관에 대해 술이부작述而不作 신이호고信而好古라했다. 옛것을 공부해서 전하기는 하되 창작하지는 않았으며, 또 옛것을 믿어 공부하기를 좋아했다는 말이다.

미래를 알려면 과거를 알라는 말이 있듯이 옛것에 대한 공부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 된다. 옛것을 공부한다 함은 옛 성현의 글을 공부하는 것을 말함이다. 장화張華는 자신의 책 박물지博物志 6 문적고文籍考편에서 말하길 성인이 지은 것을 경이라 하고<성인제작왈경聖人製作曰經> 현자가 경에 대해 주석을 달아놓은 책을 전이라 한다.<현인저술왈전賢人著述曰傳>”고 밝혀 놓았다. 본래 성인의 말씀이라는 것은 먹물이 남아서 더 쓴 것도 아니고 먹물이 모자라서 덜 쓴 것도 아니다.

성인의 말씀이라는 경은 군더더기가 하나 없는 꼭 필요한 말씀만 하셨고 그것만 기록한 책이기에 백성들이 읽기가 심오하고 너무 어려워 후대의 글에 밝은 백성이 나와서 풀어 주석을 달아놓은 것이 전이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중에도 특히 가장 기본이 되는 책 4권으로 모을집주낼주를 써서 사서집주四書集註라는 이름을 붙여 논어집주 맹자집주 중용집주 대학집주로 경과 전은 얼추 천년의 시차를 두고 후학 회암 주희 공 주자께서 집대성해 놓으셨다. 이에 후학들은 동양고전의 정수라 일컬어지는 네 권의 사서집주를 생활 속에서 틈틈이 공부한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라 하겠으나 현대의 삶이 한가로이 공자왈 맹자왈만 하도록 내버려두지않는다는 데 안타까움이 있다.

하여 사서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공자님의 말씀과 삶이 오롯이 담겨있는 논어집주 책만이라도 읽어낸다면 하루가 가일층 의미가 더하지 않으랴. 논어집주 개권벽두 첫글자 첫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자왈子曰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공자님 말씀에, “배워 자주 익히면 기쁘지 아니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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