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쓰레기에 대한 잡설
■ 모시장터 / 쓰레기에 대한 잡설
  • 김윤수 칼럼위원
  • 승인 2023.04.29 09:43
  • 호수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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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칼럼위원
김윤수 칼럼위원

해양 플라스틱 문제는 전 세계 쓰레기 처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년 1300만 톤 이상이 바다로 유입되어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해양 생물과 새를 위협하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학 물질을 방출하며 분해되면서 메탄 및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 가스를 생성하며 바다를 산성화 시킨다.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지대에만 18천 억 개 이상의 플라스틱 부품이 떠다니고 있다고 하며, 그 추세는 증가하고 있다.

석탄발전, 교통 등 여러 산업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물은 생산, 운송, 소비,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이르기까지 매 단계마다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 생산 단계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137억 톤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를 차지했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도 이산화유황, 질소산화물, 다이옥신 등 유독가스와 분진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쓰레기에 포함된 유기물질이 온실가스로 바뀌는 문제가 발생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20% 줄이면 소나무 36천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런던의 킹스 대학과 임페리얼 대학의 연구원들은 작은 쓰레기를 불태우고 연기를 측정했다. 연구원들은 전 세계 쓰레기의 종류와 양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 개방된 장소에서의 쓰레기 연소에 의해 발생하는 그을음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한 정도로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했다. 쓰레기 매립장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메탄가스 배출원이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대기에 머무는 시간이 짧고 배출량도 적지만, 지구온난화 유발 가능성은 28배나 더 높아 기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배출량 60% 이상 증가하고, 해외 쓰레기공장 가동중단 등으로 처리량이 줄어들면서 쓰레기가 방치되기에 이르렀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분리 수거가 되지 않은 쓰레기가 넘쳐난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 도로 가에도 쓰레기가 무단 투기되어 있고, 버스정류장 옆에도 쓰레기가 버젓이 쌓여 있다. 동네마다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할 만한 시설이 미비해서일까. 아니면 행정 처리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걸까.

두왕리에는 350년 된 팽나무가 있다. 팽나무의 멋진 자태와 정취를 느끼기 위해 그곳을 찾았지만 이내 눈살이 찌푸려지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보호수라고 적혀진 오래된 표지판과 쓰레기와 페기물이 팽나무 주변에 잔뜩 쌓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들어갈 수도 없는데 휴식 공간이라니, 사용하지 않는 운동 기구와 테이블과 의자만이 덩그렇게 놓여 있다. 팽나무는 달콤한 열매 때문에 많은 새들과 생명체를 먹여 살리는 생명부양나무이다. 마을의 전통적 민속 경관을 살리는 당산나무, 혹은 신목으로서의 위용을 살리기 위해선 쓰레기부터 치울 일이다.

서천군에는 다른 도시와 다르게 천혜의 아름다운 해변과 갯벌, 강과 호수, 산을 다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주변을 돌아보면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곳이 많다. 숲이나 갯벌, 습지 같은 자연 서식지는 공기 중으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많은 동식물에게 집을 제공하며, 지구 생태계의 균형과 특정 지역 기후를 조정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 역할을 한다. 그러니 자연 서식지와 생태계를 보전하고 보호하기 위한 첫 번째 길은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2050년까지 7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쓰레기 문제는 기후 문제를 동반하며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다. ‘기후 탄력적 개발(CRD)’이란 말이 있다. 기후위기로 발생한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고 한다. 기후 탄력적 개발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기업의 변화, 모든 부문의 신속한 시스템의 전환이 필수적이겠지만 시민사회와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 개인의 삶의 변화가 정부와 대기업, 사회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암울한 미래가 오기 전에 당장 기후행동을 시작하자. 그 시작은 쓰레기 문제부터 해결해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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