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과 함께한 20년...
동백꽃과 함께한 20년...
  • 이찰우
  • 승인 2004.04.23 00:00
  • 호수 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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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웃음으로 지킵니다.


‘…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동백꽃」 김유정.
20여년 세월을 동백꽃과 함께 보내온 동백정관리인 최규진(57)씨.
1년 내내 동백꽃 관광객과 낚시꾼들의 방문에, 밝은 웃음과 친절한 모습을 잃지 않는 그에겐 동백꽃과 같은 향긋한 향이 베어 나온다.
“감사합니다”
“좋은 추억 만드세요”
84년 고향 땅을 찾아 동백정과 인연을 맺게된 최씨.
관광지역을 알리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현장에서 관광지역의 깨끗한 환경을 보여주고 밝게 보여주는 웃음과 친절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 생각하는 그는 동백정을 찾아오는 관광객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그저 옆집 아저씨이고 싶다.
우리 관광마을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지만, 여자품값도 되지 않았던 임금을 받고 일하던 때도 있어 경제적인 어려움은 마음과 다르게 현실로 다가왔다.
새벽 4시에 우유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부간에 맞벌이를 해야했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까지 믿고 따라준 아내와 잘 자라준 두 딸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보다 미소를 지어 보인다.
“주변의 관심도 적었고, 관리와 정비가 되지 않았었지요”
관리인으로 처음 일하게 된 시기엔 동백정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 없었고, 관리와 정비가 미흡한 상태였다.
쓰레기수거부터 동백꽃관리, 안전활동, 주변정화활동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해내는 최씨는 동백정 주변을 다니며 그의 손길이 닿아 있는 동백꽃들을 가리킨다.
예년에 비해 지금은 관광도시로서의 발전을 하고 있어 1년에 15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는 동백정을 보며 “사람만 변했지, 동백정은 변하질 않았어”라며 세월의 변화에 새삼 놀라기도 한다.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듯이 최씨 자신도 늙어간다는 걸 알고 있지만, 동백꽃 관리를 하다보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동백나무도 차츰 늙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그는, 자신보다 동백나무가 더 걱정인가 보다.
“앞으로도 관광객들이 점점 늘어날 것 같은데...”
관광 도시로서의 발전을 위해선 안내판과 시설적인 정비사업도 중요하지만 동백나무 살리기와 환경오염 요인들을 제거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최씨.
무엇보다도 내 고향을 찾아온 손님인데 찡그리며 맞이할 순 없다며, 찾아오는 관광객에게 열심인 그는 지역 주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지역문화 보존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누구나 힘든 삶을 겪어나가며 살아가고 있지만, 힘든 삶을 비관하고, 포기하며 살아가면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는 스스로 힘들더라도 여유로운 모습과 웃음을 잃지 않는다면 작은 행복부터 하나씩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웃음을 보여줌으로 동백정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의 꿈을 실어주고 싶다는 최씨, 특별하지 않지만 동백꽃 향기가 나는 그에게서 함께 나오는 웃음이 동백꽃잎처럼 사람들 마음속에 쌓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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