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복터진 움직이는 사람 - 김경자 씨
일 복터진 움직이는 사람 - 김경자 씨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05.20 00:00
  • 호수 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정에서 논밭에서 또 사회에서…

20대 초반에 농군 남편을 따라 온 파주댁 김경자 씨는 시부모를 봉양하며 3대 가정을 이루어 알콩달콩, 사람 맛나게 사는 평범한 농촌 아낙이다.
이제 불혹을 막 넘기면서 그녀의 왕성한 활동은 침체된 농촌의 활력소로 마산면의 산소 같은 여자라고나 할까.

   
▲ 가정에서 논밭에서 또 사회에서…

마산면 새마을부녀회 면회장인 김경자 씨는 회원 중에 나이가 가장 적다. 요즘 농촌사회의 나이로 보면 젊다 못해 어린나이.
마산면 삼월리 봉선지 첫머리 마을, 하늘에 달이 봉선지에 어려 두 개의 달이 되고 게다가 마음의 달까지 합쳐 세 개의 달이 뜨는 마을 삼월리에서 95년에 부녀회장이 되고 5년 만에 면 총무가 되고 3년 만에 면 회장으로 뽑혀 고롱고롱 80농촌에 젊은 피를 수혈한 주인공이다.
여느 아낙들처럼 예뻐 보이고 싶었으리, 익숙하지 않은 화장솜씨로 딴엔 곱게 단장하고 나서지만 오히려 어색해 그냥 앙칼진 눈매에 까마잡잡한 얼굴이 어울리는 여자다. 이른 아침부터 마을 한길을 역동적인 걸음으로 가로질러 각종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회관마당으로 간다. 회장이란 직함도 직함이려니와 여성회원으로는 가장 젊은 게 죄라고 두팔 걷어 부치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재활용품은 잘 쟁여서 돈으로 바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쏠쏠하게 쓴다.
그녀 개인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경자 씨는 회원관리를 잘나가는 사업체 경영인의 사원관리만큼이나 공을 들인다. 어떤 봉사나 행사가 끝나 각자 집으로 돌아가면 일일이 전화를 걸어 그날의 노고를 치하하고 동참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녀의 삶은 이러한 사회활동뿐 아니라 3대 가정에 돌아가면 팔순이 넘은 노시부모를 봉양해야하고 3남매의 어머니로 자녀들을 거두는 일과 부지럼장이 남편 나응순 씨의 내조도 해야한다.
농촌현실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그녀에게는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담배, 고추 등을 남의 땅을 임대해서까지 억척스럽게 길러내고 논농사에 틈틈이 항만 하역일까지 하는 남편과 팔순이 훌쩍넘어서도 아들며느리 열심히 사는 게 기특해 손을 거드는 시아버지까지 경자 씨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경자 씨 본인도 분칠하고 멋 낼일 없이 살지만 낮이고 밤이고 일거리가 있으면 지친 어깨에 웃음을 흘리며 나가는 남편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녀는 노력의 대가를 믿는다. 주어진 일들을 성심껏 하면 사람이고 농사고 반드시 보람이란 게 있다고 믿는다.
2004년은 농촌에 어느 해보다 거센 외세가 휘몰아칠 거라 걱정한다. 제아무리 외국 농산물이 밀려 온데도 그녀가 믿는 것처럼 그녀와 그녀의 이웃들이 보람을 찾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