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사업단’-이마엔 땀방울, 입가엔 미소
생전 처음 접해보는 일이라 초기엔 전문가들과 한 팀이 되어 일을 배워왔다. 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조금은 서툴지만 이젠 제법 망치질이며 풀질하는 폼이 그럴싸하다. 지붕개량, 재래식 화장실 신축, 부엌개량, 도배와 장판. 이런 것들을 척척해내는 집수리사업단이 됐다.
집수리를 다니다보면 자신들보다 형편이 훨씬 어려운 이웃들을 만난다. 중증 장애인, 연로한 독거노인 등을 만나기 일쑤다. 따스한 인정을 타고나지 않고는 자신이 어려움을 겪은 이래야 남의 어려움도 아는 법이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집을 수리하는 마음으로 망치질하고 풀칠을 한다. “그래도 우리는 몸 성하고 일할 수 있으니 감사하지” 사업단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대원들이 가지는 마음이다.
대개는 위를 보고 살면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욕심을 부리지만, 현실에 감사하며 나보다 못한 이들을 보는 눈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이들을 조건부수급자라 부르고, 이들의 손길을 받는 이들은 기초생활수급권자라 한다.
말하자면 본인들 스스로 가장 기초적인 삶조차도 영위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 정부나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전에는 공공근로라는 것을 통해 기본적인 노동을 시키고 일당을 주는 식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이젠 복지정책이 변화해,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스스로 자립하기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일정부분 노동의 대가를 부여하면서 기술을 가르쳐 자활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다.
이들은 하루에 2만8천원을 받으며 매달 20일 정도의 일을 한다. 이것도 요즘 같은 장마철엔 공치기 일쑤다. 연봉 수천에서 수억씩 받는 이들에게는 하찮은 수입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특히 농촌지역에는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층이 수두룩하다.
이런 속에서 자활후견기관 내 집수리사업단은 자신들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늦게나마 기술을 배워 독립적인 사업단을 꾸리는 것을 목표로 일하고 있다.
자식들 도회로 떠나보내고 딱히 찾는 이도 없어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하며 매월 전화요금이며 전기요금 걱정하던 세월에 비하면 지금은 호시절이란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 작지만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기술을 익히며 자활을 꿈꿀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고수익이 보장되지 않거나 어려운 일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 차라리 거리의 노숙자를 택하는 이들도 있다.
“몸 성한데 왜들 그러는지” 집수리사업단에 참여하는 이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노릇이다.
때대로 고된 노동으로 노쇠한 육신의 무게가 짓누르고, 얼굴의 골깊은 주름을 따라 짜디짠 땀줄기가 눈을 아리게 하지만 이들의 입가엔 미소가 있다.
저작권자 © 뉴스서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