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을 꿈꾸며 자활을 돕는 이웃들
자활을 꿈꾸며 자활을 돕는 이웃들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07.08 00:00
  • 호수 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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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사업단’-이마엔 땀방울, 입가엔 미소

▲ ‘집수리사업단’-이마엔 땀방울, 입가엔 미소 지난해 5월에 출범한 집수리사업단은 모두 우리의 부모님들이다. 구문덕(판교) 어머니를 비롯한 12명의 단원들 모두 환갑이 지났거나 곧 환갑을 맞는 연세다. 이런 나이에 자활을 꿈꾸며 어려운 이웃들을 대상으로 집수리 사업을 도맡아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 6월까지 수리한 집만 해도 92가정이나 된다.농촌지역에 사는 우리의 부모들이 그렇듯 이분들 또한 넉넉지 않은 살림에 자녀들을 기르고 가르치느라 몸도 생활도 쇄진했다. 어쩌면 자식들보기에 면목 없고 이웃들에 부끄럽기도 하겠지만, 어려운 살림을 한탄하며 주저앉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노령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삶에 도전했다. 때문에 이들에게선 한국인의 끈질긴 저력을 느낄 수 있고 자식에게 짐을 지우지 않으려는 부모의 희생이란 게 무엇인지 뼈저리게 한다.집수리, 일종의 전문기술이 있어야 하는 분야인데다 무엇을 새롭게 배우기엔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1년 전 일을 처음 배우기 시작할 무렵, 배워도 배워도 어긋나기만 했다. 젊은이들이 한마디 들으면 알아듣고 따라할 일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배우고 익혀왔다.때론 망치로 손등을 때리고, 도배 벽지가 뒤틀리고 했다. ▲ ‘집수리사업단’-이마엔 땀방울, 입가엔 미소
지붕개량을 위해 지붕에 올라갈 때엔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일로 도중하차한 이들도 있지만 12명은 포기하지 않고 오늘까지 왔다.

생전 처음 접해보는 일이라 초기엔 전문가들과 한 팀이 되어 일을 배워왔다. 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조금은 서툴지만 이젠 제법 망치질이며 풀질하는 폼이 그럴싸하다. 지붕개량, 재래식 화장실 신축, 부엌개량, 도배와 장판. 이런 것들을 척척해내는 집수리사업단이 됐다.

집수리를 다니다보면 자신들보다 형편이 훨씬 어려운 이웃들을 만난다. 중증 장애인, 연로한 독거노인 등을 만나기 일쑤다. 따스한 인정을 타고나지 않고는 자신이 어려움을 겪은 이래야 남의 어려움도 아는 법이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집을 수리하는 마음으로 망치질하고 풀칠을 한다. “그래도 우리는 몸 성하고 일할 수 있으니 감사하지” 사업단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대원들이 가지는 마음이다.

대개는 위를 보고 살면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욕심을 부리지만, 현실에 감사하며 나보다 못한 이들을 보는 눈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이들을 조건부수급자라 부르고, 이들의 손길을 받는 이들은 기초생활수급권자라 한다.

말하자면 본인들 스스로 가장 기초적인 삶조차도 영위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 정부나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전에는 공공근로라는 것을 통해 기본적인 노동을 시키고 일당을 주는 식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이젠 복지정책이 변화해,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스스로 자립하기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일정부분 노동의 대가를 부여하면서 기술을 가르쳐 자활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다.

이들은 하루에 2만8천원을 받으며 매달 20일 정도의 일을 한다. 이것도 요즘 같은 장마철엔 공치기 일쑤다. 연봉 수천에서 수억씩 받는 이들에게는 하찮은 수입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특히 농촌지역에는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층이 수두룩하다.

이런 속에서 자활후견기관 내 집수리사업단은 자신들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늦게나마 기술을 배워 독립적인 사업단을 꾸리는 것을 목표로 일하고 있다.

자식들 도회로 떠나보내고 딱히 찾는 이도 없어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하며 매월 전화요금이며 전기요금 걱정하던 세월에 비하면 지금은 호시절이란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 작지만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기술을 익히며 자활을 꿈꿀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고수익이 보장되지 않거나 어려운 일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 차라리 거리의 노숙자를 택하는 이들도 있다.

“몸 성한데 왜들 그러는지” 집수리사업단에 참여하는 이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노릇이다.
때대로 고된 노동으로 노쇠한 육신의 무게가 짓누르고, 얼굴의 골깊은 주름을 따라 짜디짠 땀줄기가 눈을 아리게 하지만 이들의 입가엔 미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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