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늙어가는 동네사람입니다’
‘함께 늙어가는 동네사람입니다’
  • 이찰우 기자
  • 승인 2004.07.30 00:00
  • 호수 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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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의 대화의 광장...이발소’
과거 추억의 한면이었던 이발소는 없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서비스와 기술로 이용업계 혁신 이루겠다.
어릴적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형이나 엄마의 손에 이끌려 이발소에 가면 판자나 스티로폼을 가지고 내 키에 맞춰 의자를 조절해주고, 하얀색 보자기로 목둘레를 감고나면 어느새 까까머리로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 울고 했던 아련한 추억이 있다.‘이발소’라 생각하면 70~80년대 추억의 그림판 안에 들어가는 전경 속의 향수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이제 단지 “추억일 뿐이야”며 아늑한 향수 속에 빠져있는 이발소가 아닌, 시대에 맞춘 최선의 서비스와 최고의 기술로 승부를 한다는 백영호(53·사진)씨가 있다.“오래된 골동품 마냥 구시대적인 인식이 강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추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어른들의 놀이터’와 ‘마을 소식의 보고장’, ‘대화의 광장’역할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며 이에 더불어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와 친절, 기술력으로 새롭게 이용업계의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예전엔 이발소 2개를 동시에 운영할 정도로 호황을 이룰 때도 있었는데…”한국이용사회 충청남도지회 서천군지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부여에서 태어나 당시 시대적 어려움 속에 ‘밥벌이’로 배우기 시작한 이용기술을 현재 40여년에 가깝게 종사하고 있다.한참 호황을 이룰 때는 2개의 이발소와 6~7명의 종업원을 두고 할 때도 있었다며 옛 기억에 거슬러 올라간다.현재 전국에 미용사 70만 여명에 비해 이용사는 3만 여명으로 예년에 비해 턱없이 줄었다는 그는 서천군에 65개 이용업계에 2명의 40대층을 빼고는 대부분 50·60대의 고 연령층으로 하루에 10여명의 손님맞이하기도 힘들다는 현실의 어려움을 얘기한다.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이발사’라는 직업이 과거 추억의 한 장면으로만 생각하는 고정관념과 현재 이용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지 않고, 시설물 또는 다른 부가적인 것들에 투자를 하려는 욕심이 없기 때문이라 말을 한다.
“현실의 자각을 통해 이용사 스스로 머리를 자르며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용 후배들의 양성은 물론 다양한 현행 기술의 습득 과 서비스를 위한 확충 등 제도적인 도입도 필요 합니다”

앞으로 이용업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과거의 모습과 다른 기술교육 세미나 등을 통해 다양한 구도로의 시대변화를 꾀해야한다며, 앞으로 마을 어른들만의 ‘대화의 광장’이 아닌 젊은 세대들과 함께 나갈 수 있는 ‘함께하는 공감대시대’에 맞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지만, 제겐 이것이 천직인 것 같네요”라고 말하는 그.

부인 이순자(51)씨 사이에 1남 3녀를 두고 있는 그는 식구들의 생계를 위해 광산에서, 가전제품 세일즈까지 안 해본 일이 없는 그에겐 가끔은 ‘청춘을 돌려다오’라는 말처럼 옛 추억처럼 젊음이 다가올 때도 있지만, 이용사라는 직업으로 자식들 뒷바라지 다하고 이렇게 성장해준 것만 해도 고맙다고 말한다.

“25년 전에 중학생 까까머리로 찾아오던 녀석이 이젠 의젓한 아빠가 되어 아이 머리를 잘라 달라며 찾아오곤 하죠”  70·80을 먹더라도 체력만 따른다면정년 없이 이용사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

숙련된 가위와 빗질사이 손이 바쁘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서 40여년 베테랑의 경륜이 베어 나온다.

“슬픔·기쁨을 가지고 오면 그것들을 함께 다듬고 빗어주는 것 같아요”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머리를 손질해주다 보면 ‘딸아이 시집보내는 일’, ‘아들 녀석 대학 보내야 하는 걱정’등 시름이 있으면 달래주고, 기쁨이 있으면 이웃에 전하는 동네 방송국이요. 때론 상담사로 그의 역할을 한다.

가끔은 이승에서의 마지막 가는 사람들에게 이용의 손길을 전하고 지역 어른들을 위한 이용봉사활동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지역에서의 ‘이용’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패기와 끈기로 이용업을 이어갈 젊은이를 찾는다.

“소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사시사철 제자리를 지키며 어느 누구든 부담 없이 찾아오는 ‘소나무’가 되고 싶다는 그는 예년과 같이 마을사람들의 ‘대화의 광장’역할을 하며, 함께 늙어가는 이용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인식을 갖고 변화하는 모습의 이용사를 꿈꾸며 함께 나갈 수 있는 동네사람 백영호씨.
그의 노력과 희망이 있는 만큼 어릴적 아련한 추억의 장인 ‘이발소’는 향수로만 간직하게 되는 것이 아닌 다시 찾게 되는 ‘이발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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