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시대
다이어트 시대
  • 뉴스서천
  • 승인 2002.04.25 00:00
  • 호수 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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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날씨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가벼운 옷차림은 거리에 생동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마냥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노출의 계절이 심해질수록 거리에 나서기를 두려워 하거나 꺼려해지는 이들도 많다. 바로 비만 때문이다.
지금 사회는 온통 다이어트 열풍으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빈부의 차이를 비만 정도에 따라 측정할 정도라고 하니 정말 다이어트의 열풍이 대단함을 느낀다.
하기야 모 개그맨이 35㎏을 감량했다는 소식이 스포츠지면을 장식하는가 하면 어떤 연애인은 다이어트 사기극으로 망신을 당하고 어떤 꽃다운 처녀는 다이어트 과정에서 목숨까지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들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직장인들이 모여 담소할 때면 살빼기는 가장 인기있는 화제가 되어버렸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이어트에 열중하다 보니 다이어트 식품들이 날개 돋치듯 팔린다. 심지어 일부 청소년들까지 살을 빼기 위해 ‘히로뽕 다이어트’까지 일삼고 있다고 하니 우리 주위 곳곳에서의 다이어트 열풍은 실감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다이어트 열풍은 우리 사회가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기도 해 가슴 뿌듯한 점도 있지만 ‘여자는 날씬해야 한다’또는 내면 보다는‘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관념이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흔히 사람들은 ‘미의 기준은 외모가 아니라 정신적인 데 있다’고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오늘 우리 시대의 다이어트 열풍은 무엇을 의미한단 말인가?
다이어트를 통해 자신의 정신적 만족감을 느끼고 사회인으로서의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정말 좋은 일이지만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다이어트 속에 숨어 있는 은밀한 유혹의 근원이 ‘외적인 것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릇된 관점’에서 시작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정국을 뒤흔드는 권력가들의 부정부패, 살인을 서슴치 않으며 이루어지는 각종 범죄들의 뒷모습에는 바로 외적인 만족을 추구하려다 발생하는 이 시대 일그러진 부작용들이다.
심지어 각종 게이트가 난무하고 수 억원을 강탈했다는 은행강도의 이야기가 메스컴을 통해 전달 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전혀 놀라워 하지도 않고 오히려 ‘나도 저만한 돈을 만져 봤으면…’하는 유혹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대다수 사람들이 소박함 속에서의 아름다움 보다 화려한 겉치레를 더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단면은 아닐까?
다이어트가 바로 이런 우리들의 생각에서 시작된다면 이는 너무나 큰 비극이다.
직장 동료가 살이 쪘어도 아름답게 보는 눈, 탤런트처럼 성형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그의 능력을 더욱 소중하게 느끼는 마음. 그런 마음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용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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