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마을 찾은 안양 ‘새중앙교회-봉사단’
삼산마을 찾은 안양 ‘새중앙교회-봉사단’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08.13 00:00
  • 호수 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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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 속, ‘달란트’ 서천에 쏟아 놓기 바빴다
사람 구경하기 어려운 농촌마을이 잠시 시끌벅적했다.고속도로가 연일 피서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피서지에서도 더위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자신들의 알토란같은 여름휴가를 온전히 반납한 사람들을 만났다.초등학교 어린이부터 팔순 할아버지까지, 90명의 봉사자들이 삼산마을에 2박3일간 둥지를 틀었다.이들은 안양 새중앙교회(담임목사 박중식) 농촌 봉사단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서천 온누리에’란 표어를 앞세우고 팀을 이끌고 내려온 사람은 고순철 목사다.삼산교회(담임목사 이병우)와 연계해 활동한 봉사단은, 노인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어린이들과 놀아주며 손이 닿지 않은 가정을 찾아 전기며 집수리, 진입로 포장까지 온갖 정성을 쏟았다. 이들의 말을 빌리면 ‘자신들이 받은 달란트를 서천에 쏟아 놓은 것’ 바로 그것이다. 달란트(talent)란 히브리 인들의 화폐로 성서의 의미는 신에게서 받은 “재능”이다.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배어나는 무더위가 극에 달하던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휴가를 피서여행으로 보내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자신들의 금쪽같은 휴가나 방학을 농촌마을 봉사로 기꺼이 활용했다.이들로 인해 가장 행복해 한 이는 화양면 봉명리 남성복(여) 씨다. 마을 꼭대기 집에 사는 남 씨는 휠체어를 사용하지만 집 입구가 자갈 비탈길이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2일 기자가 봉사팀이 일하고 있다는 봉명리를 찾은 오후, 좁은 골목길을 덤프트럭이 비집고 들어가더니 모래며 자갈, 시멘트 등을 내려놓고 갔다.집수리 봉사팀장의 지시에 따라 한창 놀기 좋아할 중·고등학생들과 봉사대원들이 모래며 자갈을 퍼 나르고 있었다. 오후 4시가 훌쩍 넘었건만 8월의 태양은 뼈 속까지 파고들어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생각에 빠질 쯤, 봉사대원 하나가 말을 건넨다.
“우리 팀장님 연세가 몇인지 아세요?” 처음 보니 알 턱이 있나, 의아하게 쳐다보는 기자에게 “여든하나 되세요”한다. 놀랐다. 조금 과장한다 치더라도 70이 됐을까 말까 해 보였다.
노익장이다. 매사에 열정을 가지고 일하니 나이는 먹어도 늙지는 않았나보다.

이런 풍경들을 방에서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남상복 아주머니는 “날 더운디, 그저 고맙고 미안하고 글지유”한다.

이뿐 아니다. 근동의 고장 난 전기제품들이 이들이 다녀간 뒤에 제 구실을 하게 됐고, 오래 동안 불이 안 들어오던 전등도 빛을 발했다.

더 신나는 것은 삼산리 마을 회관마당에 자리 잡은 이미용 봉사팀의 가위질 이었다.
매미소리 들으며 나무 그늘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서울사람 못지않은 멋쟁이로 태어났다.

그리고 삼산교회당에서 열린 마을잔치. 삼산교회 이병우 목사는 좀 별난 사람이다. 8년째 삼산교회를 이끄는 그는 천상 농촌목회자다. 몇 년 전 우연히 삼산교회를 지나다 ‘농민여러분 올해도 풍년농사 지으세요’라고 써있는 현수막을 봤다. 이렇듯 별일 아닌 것 같은 것이 사람에게 힘을 주는 일들이 있는 법이다.

마을잔치는 군수도 참여하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모여 구성지게 치러졌다. 특히나 바자회까지.
삼산교회 이 목사는 “봉사팀이 일 다 하니까 이분들 자랑들 많이 해 주세요” 하고 안양 새중앙교회 고 목사는 “아이고 우리는 왔다 가면 그뿐, 삼산교회와 예수님 자랑만 해주시면” 한다. 꼭 신앙을 떠나서라도 보기 좋은 장면이다.

새중앙교회는 봉사를 위해 1천만원의 기금을 마련해 내려 와서는 몽땅 쓰고 갔다. 우리 서천사람들도 타지나 지역 내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언제나 드러난 사람들에게 혜택이 쏠린 다는 것, 남들이 모르는 고통을 겪는 이들을 찾아 나서는 일은 보람되고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은 남상복 아주머니 댁을 찾으며 그 마을 주민에게 집을 물었더니 우리 동네에 남씨 성은 한명도 없다는 대답을 들은 터다. 마침 들어오는 덤프트럭 덕으로 쉽게 집을 찾았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지나칠까.

외지사람이 알고 찾아왔는데 막상 같은 마을에 살면서 몰랐다는 건 왠지 슬프다.
사람들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훨씬 기쁘다고 쉽게 말한다. 그러나 이런 기쁨을 맞보며 사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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