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락에 흠뻑 반했어요”
“우리 가락에 흠뻑 반했어요”
  • 최현옥
  • 승인 2002.05.02 00:00
  • 호수 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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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가 김호자씨의 우리가락 사랑이야기
시나위가 흐르면 비녀를 꽂은 쪽머리에 흰색 치마저고리를 입은 김호자씨(52·서천읍 군사리)가 하얀 수건을 공중에 흩뿌리며 버선발을 살짝살짝 내비친다. 정(靜)중(中)동(動)! 하나의 몸짓 속에 숙연한 정지가 있으며 그 정지 속에 또 다른 움직임이 살아있다.
김씨는 어느새 살풀이를 통해 삶에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고 단순한 희로애락의 감정을 넘어선 신선함의 경지를 보여준다.
“고전무용와 판소리가 좋아서 배우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이것을 통해 인생을 더 배우고 베푸는 마음을 배웠어요”
김씨는 12년 전 서천국악풍물센터에 민요를 배우러 발을 들인 후 지금까지 전통예술과 동고동락을 하고 있다.
그녀는 국악원에서 ‘비나리’를 무대에 올린 후 좀더 많은 소리를 배우기 위해 소리의 고장을 찾았다. 또한 그곳에서 아름다운 춤사위를 뽐내는 수강생들을 보며 고전무용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말았다.
민요를 비롯하여 판소리 하나만 배우는데도 호흡조절과 트인 목청을 갖기 위해 피를 쏟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고전무용까지 해야 했던 그녀는 아무리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너무나 험한 가시밭길이었다. 특히 늦은 나이에 시작한 탓에 몸은 굳어 있어 평소 10시간이 넘는 연습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힘들때마다 “이번만 하고 그만 해야지, 이번이 마지막이다”를 수 없이 되내였지만 수많은 좌절과 포기 속에서도 스스로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전통가락과 무용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김씨는 태평무, 장고춤, 도살풀이 등 10여 가지의 고전 무용을 비롯해 민요, 판소리 등을 섭렵하며 지역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능을 보유 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어렵게 배운 만큼 이것을 자기 만족으로 그치고 싶지 않단다. 많은 이들 앞에서 선보이고 후계자도 양성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노인대학을 비롯하여 5곳에 나가 교육을 하고, 지역에 축제가 있을 때마다 전통문화를 보급하고 싶은 마음에 무료공연을 자주 한다. 서천 지역에 전통예술을 알리고 또 자신이 가진 기술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어린 후계자들을 가르칠 때 마음이 뿌듯하며 전통예술이 구세대의 전유물이 아닌 평소의 생활로 만들고 싶은 소망이 조금이나마 풀리기 때문이다.
그녀는 교육이나 공연, 자신의 마음이 산만할 때 고요함과 희망을 주는 성주풀이를 종종 부른다. 성주풀이는 우리 삶 모든 곳에 신들이 있어 신들이 우리의 삶을 살피고 있으며, 그러기에 마음 씀씀이를 착하게 하여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조상들의 아름다운 삶의 자세가 있다. 그래서 성주풀이에는 전통예술과 혼신 일체이고 싶은 그녀의 마음이 비춰진 민요다. 기력이 다 할 때까지 전통예술 보급을 위해 힘쓸 것을 다짐하는 그녀, 성주풀이를 목놓아 부르며 밝은 미래를 그려본다.
“둘이부는 피리소리 쌍봉학이 춤을 추고
소상반죽 젖대소리 어깨춤이 절로 나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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