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 건립 선거용 아니길
건양대 건립 선거용 아니길
  • 박노찬
  • 승인 2002.05.16 00:00
  • 호수 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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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천군과 건양대측이 서천캠퍼스 설립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충남 15개 시·군 중 유일하게 대학이 없었던 우리 지역으로서는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으며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진심으로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반갑고 축하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본래 취지가 바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 일부 주민들은 “대학이 들어선다면 정말 기쁜 일이지만 선거 때 제기가 되니 선거를 겨냥한 생색내기가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주민들의 이 같은 반응은 6.13선거에 출마하는 타 후보들의 견제에서 부풀려지기도 했겠지만 대부분은 과거 선거 때마다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던 후보자들에게 속았던 아픈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차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대학설립은 수 백억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양측이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점을 충분하게 검토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 협약식은 그 의미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학설립을 위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협약은 차후 논의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될 경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양대학교 서천캠퍼스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서’내용을 보면 올해 상반기 중 공동 프로젝트팀을 구성한다는 것과 구체적인 추진방안은 상호간 협의에 의해 정한다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추진시기가 명시되지 않은 채 원론적인 내용을 나열한 것뿐이어서 크게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또 착공시기가 2005년이라는 점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부지가 선정되어 있고 양측 모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3년 후에야 착공한다는 것은 실무적인 문제가 아무리 많다하더라도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번 협약식은 본질을 희석화 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번 대학설립은 박형순 군수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공들여 추진했던 일이고 과거 국회의원조차 하지 못했던 주민숙원사업을 이루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그 공로가 크다. 그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하며 인정받을 수 있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 공은 묵묵하게 일하는 자세 속에서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이지 자신을 추켜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한다면 아무리 좋은 일도 생색내기용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학설립은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생각하거나 섣부르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 당선을 위해 임시방편적인 술수로 이용되거나 혹은 건양대 측이 신입생 모집이나 대학 이미지를 쇄신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책임성 없이 남발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부디 모처럼 첫 단추를 끼우게 되는 대학설립이 양측의 공적인 약속이 이루어진 만큼 성실하고 꾸준한 노력으로 좋은 결실을 얻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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