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3.25 00:00
  • 호수 2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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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3의 주인공 유제빈 씨
마라톤마니아들의 꿈 ‘서브3’

▲ <서천 마라톤 클럽 회장 강구영 씨(좌)와 유제빈 씨
서브-3(SUB-3),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대에 완주한다는 뜻이다. 마라톤을 즐기는 동호인들에게는 친숙한 용어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다.

42.195㎞나 되는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대에 완주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직업선수들은 2시간대 초반의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평범한 생활인일 뿐인 동호인들이 이 기록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운동 좀 한다하는’ 마라톤 동호인들조차 ‘꿈의 서브-3’라고까지 하면서 선망의 대상으로 삼겠는가. 그만큼 이 기록의 벽은 마라톤 마니아들에게도 쉽게 넘지 못하는 벽인 것이다.

그러나 서천마라톤클럽(회장 강구영·44)의 유제빈(37)씨는 이 꿈의 기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유제빈씨는 서천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며 클럽의 총무일도 맡고 있다. 회장 강구영씨와는 직장동료사이이기도 하다.


풀코스 5번 도전 만에 성공
시작은 누구나 그렇듯이 동네 한 바퀴로 마라톤에 입문한 유제빈씨가 마라톤 완주에 처음 도전한 것은 지난 2002년 군산 벚꽃마라톤대회였지만 막판엔 거의 걸어들어 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전하길 몇 차례, 지난해 동아마라톤대회는 서브3를 목표로 준비했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가까워오면서는 직장 업무 때문에 출전조차 불투명했었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출전할 수 있었다. 어렵게 참가한 대회였지만 정작 대회 당일에는 극심한 컨디션 저조로 어려운 레이스를 전개한 끝에 겨우 몇 초차이로 목표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지난 13일 열렸던 2005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76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꿈의 기록을 유씨는 달성할 수 있었다. 이 대회는 76년의 연륜이 말해주듯 권위 있는 대회이자 국제공인코스에서 달리는 공인대회이다.

올해도 2만1여명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유씨는 대회에서 202번째로 들어오며 2시간 54분 28초를 기록 꿈의 서브3를 달성했다.

유씨가 이번에 출전한 동아마라톤대회나 조선마라톤대회 같은 대규모 대회도 서브3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200명 남짓하다니 이번에 유씨가 기록한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지는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더구나 수많은 마라톤 동호인들 중에도 서브3를 달성한 사람은 약 천여명이 안 된다고 한다.


서브3의 진정한 의미

서브3’가 모든 마라톤 동호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마라톤이라는 운동의 근본적 속성에 기인한다. 마라톤이라는 운동은 단기간에 훈련을 해서 성적과 기록을 낼 수 없는 운동이다. 오늘 10㎞를 뛰었다고 해서 금방 20㎞를 뛸 수는 없는 것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쉬지 않고 운동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운동이다. 실제로 마라톤 동호인들은 거의 매일 달리는 훈련을 한다. 유씨 또한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편으론 마라톤은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이다.

그래서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리를 늘려가며 훈련할 때 받는 고통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정신력이다. 이 한계를 극복했을 때 비로써 소기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운동이 마라톤인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들로 서브3가 일반인들이 마라톤이라는 운동을 하며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목표가 될 수 있는 요인인 것이다. 유씨는 이를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맞는 말이다. 더구나 서브3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는 철저한 자기절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씨는 정말로 ‘자기와의 싸움’에서 당당히 이긴 승리자이다.


서천살이와 마라톤
유씨는 전북 정읍 출신이다. 서천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서천살이가 어느덧 17년째, 반은 고향인 셈이라고 들려준다.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던 유씨가 마라톤을 시작한 계기는 이웃집 사람 덕분이었다. 춘장대 인
   
근 서천화력발전소 사택 주위를 돌던 유씨는 목표를 정해 차츰 거리를 늘려가는 재미에 빠져 본격적인 마라톤마니아의 길로 들어섰다.

또 유씨는 같이 뛰는 사람들을 하나 둘 만나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자 서면런너스클럽을 같이 만들게 됐다. 이것이 군 전체 마라톤 동호인들을 아우르는 서천마라톤클럽으로 발전적인 진화를 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건강유지에 보탬이 되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한 마라톤과의 인연으로 보다 넓게 서천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시나브로 서천사람이 된 것이다. 이제 유씨와 서천마라톤클럽은 군 생활체육 전반을 걱정하는 처지에 까지 이르렀다. 같이 자리한 회장 강구영씨와의 대화를 통해 그런 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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