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회 달라져야 한다
어머니회 달라져야 한다
  • 뉴스서천
  • 승인 2002.05.16 00:00
  • 호수 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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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여기저기 챙겨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운동회며 봄 소풍, 어버이날, 스승의 날들이 마음과 가계부를 압박합니다.
그런 일 중에서 지금도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한 일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 봄 소풍 때입니다. 소풍간 장소로 한 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해 왔습니다. 몇 명의 학부모와 그 아이들, 선생님들께서 둥그렇게 모여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 나머지 아이들과 같이 간 학부모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밥을 먹었지요. 그나마 부모님이 따라오지 못한 아이들은 어떻게 밥을 먹었을지, 부끄러운 어른들의 자화상입니다.
봄 소풍이 되면 학부모들은 선생님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몇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준다해서 선생님들 스스로 도시락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물론 내 아이를 위해 고생하신 선생님들에게 그 정도의 성의 표시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요. 요즘에는 학급의 임원이 된 아이들이 자기 것 준비할 때 선생님 도시락도 같이 준비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지만 혹여 어머니회에서 거둔 회비로 준비를 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날 때 그만큼 학부모들의 부담은 늘어나고 뒤탈도 생기기 때문이지요. 일부 학교에서는 이런 잡음을 막고 필요이상의 경비를 줄이고자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이 뜻을 모아 학교 예산에서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소리 듣는 것보다 훨씬 좋은 선택이다 싶습니다.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 아쉬움도 있고 학부모로서 선생님에게 소홀한 것이 아니냐고 말 할 수 있지만 선생님이나 학부모들 마음은 더 가벼워질 것입니다.
스승의 날도 어머니회에서 걷은 회비로 단체 선물을 하고 그날 행사의 일부를 담당하기도 하지요. 학부모들은 학교 살림살이가 가난할까봐 그렇게 알아서 척척 해주시는 걸까요. 어머니회도 하나의 살림살이입니다. 살림꾼이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느냐에 따라서 그 살림살이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몇 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이나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충분한 의논 끝에 스승의 날도 단체 선물을 사양하고 학교 예산으로만 행사를 가볍게 치른다고 합니다. 그만큼 선생님들은 떳떳해지고 할 소리 많아지며 학부모들의 부담은 줄어드는 것이지요. 우리 고장에서도 이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으면 합니다.
어머니회가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어떤 일들을 하면 좋을까요. 좋은 학급문고 살리기에 힘을 합친다든지, 알찬 체험 학습이 될 수 있도록 좋은 프로그램을 생각해 낸다든지, 학교 둘레 환경을 살펴본다든지, 아이들의 점심 먹을거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일이 더 알뜰한 일이 아닐까요. 교복 물려주기나 교복이나 체육복 값의 거품을 걷어내고 경제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길을 트는 일은 어떨까요.
어머니회는 자칫 돈을 내려가는 길이 되기 십상입니다. 물론 자식이 배우는 일에 쓴다는데 싫다 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러나 속으로는 올해는 좀더 학교나 아이들을 밝은 쪽으로 이끌어 가는 데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싶지요.
말이 많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회에서 걷은 회비를 사용하고 나서 나오는 말들도 조심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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