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인간사 마음 비워야”
"사사로운 인간사 마음 비워야”
  • 최현옥
  • 승인 2002.05.16 00:00
  • 호수 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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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로 세상의 영혼 깨우는 봉서사 성암스님
똑, 똑, 똑, 똑…
한산면 건지산 봉서사 새벽 네시, 법당 앞뜰은 은은한 별빛이 가득하고 상큼한 찬 공기에 사위는 고요하다. 이 시간 성암스님은 법당에서 가사를 두르고 목탁을 두드리며 도량석을 한다. 커졌다가 작아지고 다시 커지며 긴 여운과 짧은 여운이 이어지는 스님의 독경 외는 소리는 고요함에 잠긴 산 속의 만물을 깨우며 목탁소리와 어우러진다.
예불이 끝날 무렵이면 멀리 산등성이의 윤곽이 희미하게 나타나고 밝음이 땅으로 젖어 깔려 들어오기 시작한다.
“…”
성암스님은 불당의 ‘소조삼존불상’처럼 기자의 개인적 질문에 말 없이 미소만 짓는다. “사사로운 인간의 세상사에 마음을 비우고 싶다”며 “그저 부처의 뜻이나 가슴 가득 품고 가라”고 한다.
스님이 내놓은 문구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마음이 생기면 만가지 현상이 따라서 생기고 마음이 사라지면 만가지 법이 따라서 없어진다는 뜻이다.
“삼라만상과 시비선악이 모두 마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스님은 “인간이 살아가며 명심해야할 것이고 이를 행할 때 더 이상 헤매지 아니하며 부처로 살아 갈 수 있다”고 한다. 스님은 “우리의 마음속에는 부처의 씨앗이 있음으로 부처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없다”며 “인간이 사사로운 탐욕에서 벗어나 지혜와 깨달음을 얻어 자비를 베풀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산업의 발달로 물질문명의 편리함 속에 살다보니 스스로 자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살피며 정화하는 것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며 스님은 다시금 ‘일체유심조’를 강조하며 평상시 마음 수양을 당부한다.
하지만 마음의 수양 또한 어렵다는 것이 스님의 말이다. 그래서 먼저 “사람이나 짐승이나 생명가운데 살면서 생명의 존귀를 알고 행하고 참회를 하기 위해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함을 강조한다.
오는 19일 불기 2546년 부처님오신날을 맞는 봉서사는 대한불교조계종으로 서천군내 사찰중 3백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고려말 기산 영모암에 있었던 것을 건지산으로 옮기고 봉서암이라 개치했으며 8.15 해방 후 봉서사로 되었다. 봉서사의 법당에는 문화재 자료 제 334호인 소조삼존불상이 있는데 중앙에는 지성으로 부르면 내세에 안락과 정포세계를 보장해 준다는 아미타불이 좌측에는 관세음 보살, 우측에는 대세지보살이 있다. 또한 월남 이상재 선생과 석북 신광수, 석초 신응식이 기거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유서 깊은 곳에서 기도와 정진으로 절을 지키는 스님은 생명의 가치와 그에 대한 인식의 깨달음으로 인간존엄성 회복을 위해 불자들에게 설파를 한다.
“이 세상은 유정물이든 무정물이든 종합적으로 생명체이며 어느 생명이든 시작할 때 지혜의 역량이 전체 생명의 원리 원천이 되고 모체가 된다”며 스님은 “타고난 마음을 잘 다스려 대 우주에 영원한 복을 제공하는 태양과 물, 바람같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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