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혼탁선거를 경계한다
과열·혼탁선거를 경계한다
  • 박노찬
  • 승인 2002.05.23 00:00
  • 호수 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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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은 벌써 과열현상으로 치닫고 있다. 단순히 과열만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불·탈법과 합법을 가장한 교묘한 사전선거운동이 공공연히 그리고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일꾼을 뽑는 선거가 주민들 사이에서 “돈 깨나 있는 사람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출마했다”는 식의 농담이 성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불·탈법 사례들이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지 실감날 정도다.
실제로 일부 후보들의 경우 각 마을마다 사조직을 이용해 선물을 제공하는가 하면 어떤 후보는 아예 식당을 고정으로 정해 놓고 향응을 베풀고 있다고 한다.
현역 후보들 역시 의정활동보고회 기간 동안 법적 기준액인 3천원을 훨씬 초과한 도시락과 각종 먹거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의회활동을 부풀려 이야기하면서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다. 각 예비후보 진영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상대방을 음해하는 수법은 점점 지능화·악랄화 해가고 있고 선거브로커들은 노골적으로 매표흥정을 벌이고 있으며 선심·향응을 요구하는 일부 몰지각한 유권자들의 행태도 점점 도를 지나치고 있다.
이런 기막힌 일들을 바라보는 대다수 주민들은 낙담할 수밖에 없고 정치를 혐오하게 느끼면서 정치에 대한 허무주의만 커져가 결국 유권자의 기본적인 권리인 투표마저 참여하지 않는 현상이 도래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고 지역의 전반을 선도해 나가야 할 일꾼을 뽑는 선거가 오히려 주민들간에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고 온갖 혐오스런 행위들로 점철되어 간다면 우리 지역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하다.
이제부터라도 부정선거 및 저질선거로 점철되는 현상을 막고, 정책대결이자 유권자의 알 권리가 존중되는 선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지역 내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유권자권리찾기운동은 유권자들에게 알권리를 제공하고 나아가 후보자들에게 유권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 정책선거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은 유권자인 개개 주민들의 호응과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불법사례를 감시·고발·제보하는 등의 활동을 함께 해야 하며, 후보자의 역량과 자질 및 정책지향을 냉정하게 따져서 선택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후보자 진영의 적극적인 협조와 동참도 불가결한 요소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시도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스스로 건전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일부 주민이나 단체가 깨끗한 선거를 외쳐도 후보자들의 불·탈법이 판을 친다면 언제까지나 지역선거문화는 낙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보자·유권자 모두가 이번 선거를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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