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 이어가는 옹고집 칠순 노인의 이야기
장인정신 이어가는 옹고집 칠순 노인의 이야기
  • 최현옥
  • 승인 2002.05.23 00:00
  • 호수 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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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예품 만드는 조내철씨
상품이 넘친다. 공장은 24시간 가동되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새로운 제품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소비되고 폐기처리 된다. 과거보다 생산과 소비가 쉬워졌기에 물건의 소중함이 퇴색되어 지는 시대 속에서 옹고집으로 수공예품을 만드는 조내철씨(75·서천읍 군사리)를 찾았다.
“공예품에 백번의 칼질을 하면 백개의 칼자국이 남지요. 그 이상의 어떤 것을 바라겠어요”
10년전 취미로 목공예를 시작한 조씨는 미련스레 오늘도 종일 조각도로 나무토막을 깎고 다듬는다. 그는 “취미 삼아 하는 일이라 특별한 장비를 구입하기가 뭐하다”고 말하지만 자신이 하는 백번의 칼질이 무엇을 말하는 지 알고 있다.
그냥 나무토막에 지나지 않던 것이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 끝에 새로운 생명을 얻어 분신으로 탄생한다는 것. 그 분신은 거북이, 기린, 새, 곰, 소 등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여러 종류로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처음 조씨가 목공예에 관심을 갖은 것은 아침 산책길에 만난 괴상한 나무뿌리들 때문이다. 그 뿌리로 특징을 살려 생활용품과 장식품을 만들던 것이 목각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 취미생활이 됐다. 그러던 중 서천군 주최로 개최된 공예품 대회에 출품, 여러 차례 수상을 하였으며 95년에는 전국공예품 경진대회에서 특선을 받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이때 중소기업에서 목공예품 생산을 제의해 왔지만 취미로 시작한 일이라 거절했다. 요즘 그는 1년 전부터 준비한 한산모시제에 출품할 작품 마무리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조씨는 공예품을 만드는 데 특별한 설계가 없다. 이번에 한산 소곡주의 특징을 살린 저금통 역시 머릿속의 구상으로 이뤄 진 것으로 커다란 나무통을 톱으로 잘라내며 형태를 잡아 몇 만 번의 사포 질과 니스 칠을 통해 무형에서 유형을 탄생시킨 것이다.
“스승도 없고 조각 공부라면 그냥 몇 권의 책을 본 것이 다였다”는 조씨는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손재주가 없었지만 그냥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가 가진 조각도 역시 문방구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의 것으로 친구들이 가져다 준 것이 전부이다. 경제적 부담으로 나무구입도 힘들어 주로 은행나무를 쓰는데 나무의 강도가 단단하여 여간 힘이 부치는 게 아니다. 이렇게 기계의 도움 없이 손으로 깎다 보니 보통 큰 작품은 열흘이 넘게 걸린다. 그가 지금 까지 만든 작품 중 인상적인 것은 가로 60cm에 높이 50cm 정도인 코뿔소로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생동감이 넘친다. 그는 작품에 색과 무늬를 만드는 것도 인두하나면 뚝딱이다. 곰의 몸 전체에 표현된 털 역시 인두로 하나하나 표현한 것으로 공을 여간 들인 게 아니다. 그의 작품은 하나 같이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지만 정성이 깃들어 있는 것이기에 모두 개성이 살아있다.
“이렇게 고된 일이지만 작품에 몰두하면 나이도 시간도 잃어서 좋고 마음이 편하다”는 조씨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특별한 기술력은 없지만 취미로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
조금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너도나도 그것을 쫓아 기존의 것은 금방 헌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사회에서 물건하나에 혼을 담고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조씨를 보며 온고지신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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