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임무는 어린이 무사 귀가”
“내 임무는 어린이 무사 귀가”
  • 최현옥
  • 승인 2002.05.23 00:00
  • 호수 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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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내초등학교 지방직 기능운전원 이율구씨
부내초등학교에 녹색아버지회가 나타났다. 이 모임은 회원·회칙도 없이 일당백의 정신으로 학생들에게 교통질서 의식을 함양시켜 무사귀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사람은 바로 기능직 지방 운전사 이율구씨(48·기산면 월기리). 이씨는 등·하교 때 학생들에게 횡단보도 건너기 현장지도로 교통안전을 생활화한다.
“안전벨트 다 맺고, 창문 다 닫고, 통로에 서면 안 돼지∼ 자 그럼 꼬마 손님들 출발합니다”
이씨는 항상 학교버스를 운행전 학생들의 안전점검을 먼저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저씨의 당부를 금방 잊었는지 벨트가 답답하다며 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자리이동을 하는 등 야단법석이다. 고학년들에게 통솔을 부탁하지만 역시 아이들이다.
이씨는 천방지축인 아이들 때문에 안전운전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마치 자기의 자녀처럼 아끼고 인성지도를 하여 학교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 제 2의 부모로 불린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면 오히려 힘을 얻는다”는 이씨는 아이들이 자신을 따르는 모습을 보면 너무 귀엽고 제 자식 같단다. 종종 학교버스에 늦는 아이는 다음 지역의 아이 때문에 기다리는 것이 어렵지만 시간을 조금 늦추면서 자신이 스스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도록 유도한다.
그는 아침 7시 10분 학교를 출발하여 학생들의 등교길 발이 된다. 시골길은 급경사가 많아 안전 운전에 위험이 따르지만 자신을 기다리는 60명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몸의 피로는 어느새 말끔히 사라진다. 하교시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대기가 짧은 구역은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되어 버스를 잠시 세워두고 건너 준 후 다음지역으로 운행을 간다.
“처음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지나가는 차를 제재했을 때 운전자들이 말이 많아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횡단보도를 직접 건넌다”는 이씨는 운전자들의 배려를 당부한다.
또한 그는 학교버스를 놓친 학생들이 있는 경우 학생들이 시내버스로 귀가하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아 자신의 차로 귀가 시켜주는 자상함을 잃지 않는다.
그가 오늘날 학교에서 성실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 중 또 하나는 자신의 업무이외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하기 때문이다. 조무원을 도와 화단정리를 하며 행정실장의 업무를 덜어주는 등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그는 “소풍처럼 현장학습이 있는 날 학생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교육을 받도록 발이 되어줄 때 보람을 느낀다”며 학교버스 아저씨를 천직으로 믿는단다.
“학생들의 안전운전을 위해 항상 힘쓰며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이씨는 “운행 중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항상 만발의 대비가 필요하다”며 운행이 끝난 후 차 점검을 필수로 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씨는 “자신은 평소 운행 중에 느낀 것을 행했을 뿐인데 쑥스럽다”고 한다. 그러나 가끔 알고도 행하지 않으며 내가 아니면 누군가가 해주겠지 하는 기대 심리에 젖어 사는 우리의 모습을 볼 때 이씨야말로 살아있는 지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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