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닮아버린 부부 이야기
벌을 닮아버린 부부 이야기
  • 최현옥
  • 승인 2002.06.06 00:00
  • 호수 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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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양봉을 하는 김완진·백옥순 부부
아카시아와 밤꽃이 유혹하는 6월 문산면 구동리 김완진씨(46·남)와 백옥순씨(46·여)가 기르는 1백여 군의 벌들은 오늘도 부지런히 꿀을 모으고 있다.
“저것들을 바라보면 열심히 살지 않을 수가 없어요. 어쩔 때는 나태한 삶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기까지 해요”
벌통 밑 작은 입구를 통해 연신 들락거리는 질서 정연한 별들의 모습과 통 안의 복잡 다양한 모습이 우리 사회를 닮은 듯 하여 반했다는 부부는 벌을 기르며 그 생태에 놀랐고 좋은 점을 많이 배웠다.
특히 벌들은 종족 보호를 위해 공동방어와 공격을 생활화 하지만 무리를 이탈한 벌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인정이 많으면서도 단호한 면을 본단다. “어쩌면 저런 점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부는 벌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벌을 본받아 꿈을 가지고 살아야 겠다는 마음을 가졌단다.
이렇게 벌을 키우며 벌을 닮아 버린 부부는 20년전 새벽에 우연히 벌통 하나를 떠맡게 되면서 취미양봉을 시작했다. 그러나 벌이 꿀을 모아오는 것이 마냥 신기한 백씨는 벌통 앞을 떠날 줄 모르고 장사진을 쳤으며 이때 얻어진 꿀이 1.8ℓ병으로 3개를 채취하여 꿀맛 나는 인생의 날갯짓을 하게 된다.
부부는 벌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양봉에 관한 서적을 통해 공부를 했고 처음 벌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여 벌침에 쏘여 병원에 실려 가는 불상사가 발생, 양봉을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지금은 화분, 봉교를 비롯하여 채취가 어렵다는 프로폴리스, 로얄제리 까지 하고 있다.
딸기 등의 열매 수정을 돕기위해 실시하는 봉교는 2백여통을 부여 옥산, 홍산까지 대여하면서 철저한 사후관리로 겨울철 하우스 농가에서 인정 받고 있으며 채취한 꿀 역시 진실성으로 승부를 걸어 소매업만으로도 고객이 참 많다.
부부는 99년부터 아카시아가 피는 시기에 이동양봉을 해오고 있다. 이동양봉은 꽃이 처음피는 경북 김천을 시작으로 대전, 강화까지 가는데 텐트 안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고생이 보통이 아니며 타 지역인의 텃새로 자리 지키기가 어렵다. 올해 역시 강화에서 이동양봉을 끝내고 돌아온 부부는 꿀농사 성과가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자리 지키기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부부는 서천지역에 밀원수가 많길 바란다. 다행히 문산은 밤나무가 많아 6월은 문산에서 꿀 채취가 가능하지만 타지역인과의 교류문제를 비롯하여 밀원수는 수입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천방산에 밀원수를 많이 식재하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길 고대했다.
“가을녁에 농부가 논에서 흘린 이삭을 하나하나 줍듯 우리도 벌의 수가 많지만 벌 한 마리 한 마리가 자식처럼 너무 소중하다”는 백씨는 벌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자식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래서 벌이 아주 소량의 꿀을 따와 모으는 모습이 안쓰러워 마치 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꿀을 먹지 않았다. 또한 벌에 쏘이는 것으로 아픈 것보다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몸을 바치고 죽어 가는 벌이 더 안타깝다.
“양봉은 우리에게 자연이 주는 생활 기반으로 삶을 유지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에 감사하며 벌을 키우며 꿀맛나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부부는 벌통의 수만마리 벌처럼 문산을 지키며 꿀처럼 사람들에게 힘을 주며 꿀맛나는 인생을 만들어 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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