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표율 올리기의 딜레마
<기자수첩>투표율 올리기의 딜레마
  • 김봉수 기자
  • 승인 2005.11.25 00:00
  • 호수 29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1일 국회에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딜레마를 느꼈다.

이날 청문회에서 몇몇 의원들은 각종 선거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부재자 투표소의 확대 등 대책 마련을 강조했고, 후보자는 ‘사명감을 갖고 힘쓰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이러한 모습은 정부와 정치권, 선관위가 최근 투표율 제고를 위해 부재자 투표의 요건을 완화한 후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물론 투표율 제고는 대의 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


선거법을 개정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2004년 제정된 주민투표법엔 아예 처음부터 부재자 투표의 자격 제한을 없애도록 한 것은 보다 많은 숫자의 주민들이 각종 선거에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실제 현실에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지난 11월 2일 핵폐기장 유치 찬반 투표가 벌어졌던 경주, 군산, 영덕, 포항 등에서는 부재자 투표의 요건이 완화된 것을 이용해 공무원들의 주도 하에 광범위하게 관권에 의한 부재자 신고 및 투표가 이뤄져서 반핵국민행동 등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이는 주민 투표 자체의 ‘내용적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또 지난 10월 26일 벌어졌던 재보선에서도 부천, 울산 등에서 부재자 신고 과정에서 일부 당이 조직을 동원하고, 심지어 허위 신고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투표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된 부재자 투표 조건의 완화가 금권, 조직, 관권 선거의 ‘도구’로 전락한 꼴이 된 것이다.
국회의원과 선관위는 투표율 제고를 위한 대책 마련도 좋지만, 이러한 딜레마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국민의 한 의사 표시’라는 냉소의 원인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