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농업기술센터, 농민들의 보호자인가
<기자수첩>농업기술센터, 농민들의 보호자인가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6.01.13 00:00
  • 호수 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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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어린아이 다루듯 할 것인가” 지난 6일 농촌지도자서천군연합회 연시총회에서 한 임원이 농업기술센터 측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며 한 말이다.

농촌지도자연합회는 1947년 4-H구락부 성인조직이 그 모태이다. 또 한국전쟁 이후로 첫 번째로 조직된 전국단위 농민자생조직으로서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1970년에 이미 사단법인의 형태를 갖춘 대표적인 농민조직이다.

그러나 이날 연시총회에서 받은 이 단체에 대한 느낌은 그 자랑스러운 내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회의를 진행하는 사회자가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란 것부터 기자의 눈으로는 낯설게 느껴졌다. 또 본회의 시작 전에 기술센터에서 준비한 회의 진행법에 대한 동영상 강의는 기자가 경험했던 통상적인 회의 진행에 비춰볼 때 생경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고단한 농민들을 도우려는 기술센터 관계자들의 충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조직으로서의 기본적인 일상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사업결산보고와 사업계획이 단체 당사자도 아닌 관계공무원이 준비한 대로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것을 보고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언제까지 어린아이 다루듯 할 것인가”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도 그 시점이었다. 물론 농사꾼이라고 해서 지역에서 힘깨나 쓰는 ㅇㅇ클럽이니 하는 사람들의 고상한 회의진행법을 배우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한 뼘 논둑에도 콩을 심자던 시대는 아니어도 아직도 농부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농민들이 많은 지금, 농업기술센터 공무원들의 이 정도 주민 서비스는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즉 몇 푼 안 되는 예산의 더하기 빼기야 바쁜 농촌지도자들의 일손을 덜어준다는 의미에서 이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이 통일벼 심어 무작정 쌀 증산을 독려하던 시대는 아니지 않는가. 농사짓기 편하고 소출도 많아 농민들이 선호하고 있는 주남벼 대신에 키가 커 쉽게 쓰러질 수 있지만 고품질이라는 이유로 새추청이며 삼광벼가 공식 수매품종으로 선정되는 시대가 아닌가.

모든 농업·농민단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다. 농업관련 공무원들의 처지도 비슷하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농업·농민단체를 관리대상 쯤으로 여겨서는 과거의 답습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농민단체도 자생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위정자들은 대놓고 이 땅의 농업경쟁력을 말하고 있다. 더 이상 농업정책 수혜자로서의 과거 위상을 찾기에는 글러버린 것 같다. 더구나 지역농업을 선도해야 할 농촌지도자 단체라면 이제라도 존립 근거를 명확히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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