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타면 “해피버스데이~”
관광버스 타면 “해피버스데이~”
  • 최현옥
  • 승인 2002.03.07 00:00
  • 호수 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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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차 타면 피곤 끝 행복 시작"
“안녕하세요∼ 엄니, 아부지”
“충남70바7025 여성훈 이여유∼ 오늘도 즐거운 여행됩시다”
“딩가 딩가 뚜르르르 코스모스 피어있는∼”
구수한 입장단으로 시작되는 그의 18번 ‘고향역’ 노래가 시작되면 평생 자식 뒷바라지와 농사일에 찌든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의 피로는 시원하게 교외를 달리는 관광버스처럼 한방에 날아간다.
서천지역 관광업계의 코미디언으로 유명세를 날리는 호서관광 여성훈(34·장항읍 신창리)씨. 화물차 운송을 하던 그가 IMF로 관광업계에 뛰어들던 날 내성적 성격에서 수더분한 성격으로 변모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았다.
“아이고∼ 처음에 멘트 하나 하는데도 얼매나 벌벌 떨었는지 몰라유” 인기 비결에 대한 질문에 먼저 손을 내저으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여씨. 남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성격이었던 그는 3년이 지난 이제야 손님 대하는 법을 알아간다.
여씨는 관광객을 위해 노래방기기와 트롯, 디스코 테이프를 구비하며 자기 개발에 주력, 일요일날은 전국노래자랑을 보면서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관광이 있는 날이면 미리 책자를 통해 관광지 공부를 하면서 지방사투리 연습을 했다.
또한 안전운행을 위해 휴게소에서 차안에 디스코 음악을 트는데 관광객들 사이에서 막춤을 선보이며 자신의 끼를 발견, 개발했다.
럴수 럴수 이럴 수가, 어느새 여씨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고 한번 같이 관광을 했던 아주머니들은 다음 번에 다시 그를 찾는다.
이제는 관광객이 차에 타는 순간 룸미러로 보여지는 관광객의 모습을 통해 어르신들의 성향을 파악, 때에 맞는 분위기를 이끈다.
“저는 그저 관광하시는 어르신들한테 우리 부모님 모시듯이 했슈”
특별히 잘 모신 것도 없는데 어르신들이 좋아하니까 자신도 기분이 좋다는 여씨. 그는 3년 전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있다. 어디를 나가려 해도 거동이 불편해 항상 모시는 여씨는 그저 부모님 대하듯 관광객을 대했다는 것. 일례로 판교리 마을 어르신들과의 충무 해저터널여행에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을 업고 터널구경을 시켜드리고 관광지 가이드 역할을 자청한다.
“예부터 한국사람은 음주 가무에 능한 민족이었으나 격동의 시기를 걸어오면서 놀이문화가 부재하게 되었다”며 놀이의 중요성을 말하는 여씨. 특히 농촌지역에서 이렇다할 놀이문화와 여가를 선용할 여건이 없으므로 건전한 방법으로 어르신들이 인생을 즐기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태 관광이 속히 사라지고 성숙한 관광문화가 정착돼야 함을 강조한다.
인생의 늦깎이로 이제야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은 여씨는 오늘도 관광버스의 액셀을 힘차게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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