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에 고등학교 졸업장 품에 안은 노옥자 씨
66세에 고등학교 졸업장 품에 안은 노옥자 씨
  • 이숙자 기자
  • 승인 2006.12.01 00:00
  • 호수 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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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60부터라면서요, 대학에서 사회복지 공부하고파”

   

▲ 노옥자 씨

배움에는 나이가 필요 없다

2남1녀를 헌신적으로 잘 키워내고 66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할머니가 있어 화제 거리다.

장항읍 창선2리에 거주하는 노옥자(66) 씨로 올해 3월에 군산소재 평화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년 동안 창선2리 부녀회를 대표해 이끌어 오면서, 교육받을 기회가 많았는데 학력 란에 ‘초등학교 졸업’ 이라고 기재하기가 너무 부끄러웠다고 한다. 남에게 뭔가 뒤떨어지는 느낌이 뇌리를 스쳐 밤잠을 설치기를 여러 날, 거듭한 끝에 늦은 나이지만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2004년 인근지역 학교 문을 두드렸다.

용기를 내 입학은 했지만, 막상 학교를 다니려니 어려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장항에서 버스 타고 군산터미널에 내려서 수십분 씩 걸어 학교까지 다녔슈”라며 그때 당시를 회상했다. 버스를 놓치는 날엔 지나가는 군산지역대학의 통학버스를 붙잡고 통사정하다시피 해서 타고 다니기도 했다.

노 씨는 “지금 생각해 보면 염치없는 일인데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유”라며 “그렇게 안하면 학교를 못 다니겠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절망은 시작에 불과했다. 1년쯤 지났을 무렵 넉넉지 않은 살림에 학비도 부담스러웠지만, 남편, 김만철(71) 씨의 반대에 부딪히고 말았다. 남편은 늦은 나이에 학교는 다녀서 무엇 하냐며 결사 반대를 주장했고, 노 씨도 그때쯤 지쳐갈 무렵이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고 한다.

그런데 때마침 옆 동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맏며느리 김민자 씨가 찾아와 “어머님 힘내세요, 아버님은 제가 설득해 볼께요”라며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을 잊지 않았다. 

고집센 시아버지도 설득시키고, 학비까지 보태줘 무사히 고등학교까지 마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우여곡절 끝 너무 힘들게 학교를 다녀서인지 평화고등학교 졸업장이 “훈장보다 더 자랑스럽다”며 노 씨는 환하게 웃었다.

또한 창선2리 부녀회 20년, 장항읍 부녀회 4년을 이끌어 오면서 1년에 수차례 바자회를 열어 기금을 마련했고, 12월이면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물심양면 도왔다고 한다.

한편 이웃에 사는 김아무개 씨는 노 씨에 대해 “나는 허리도 굽고 다리가 아파 매일 물리치료 받으러 다니는디 어찌나 부지런한지 몰라” 했다.

지금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컴퓨터를 배우러 열심히 다닌다는 노 씨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때문에 “내년에는 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입학해서 남은 생을 봉사하며 지내고 싶다”는 꿈도 이뤄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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