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좋은 날
날마다 좋은 날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1.12 00:00
  • 호수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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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림/칼럼위원>

 

2007년 새해를 맞이해 올해 좌우명을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로 정했다.
운문(雲門)스님이 당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15일 이전은 말하지 않겠다. 15일 이후를 말해 보라”
이에 아무도 말을 못하자 스스로 말씀하셨다.
“날마다 좋은 날”
이희익(李喜益)선사가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비가 오면 “날씨가 나쁘다”고 불평하고, 비가 개면 “날씨가 좋다”고 좋아한다.
가물면 “물이 안 나온다”고 야단이고, 비가 오면 “홍수”라고 하늘을 원망한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처지에서 하는 말이다. 우주는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인간의 노예가 아니다.

우주의 본체로 말하면 홍수나 태풍이나 지진이나 화산폭발 등 이 모두가 필연적 필수적(必須的)현상이다, 거기에는 선(善)도 없고 악(惡)도 없다. 우주의 절대 진리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1년 365일 모두 좋은 날이다. 흉(凶)도 없고 불길(不吉)도 없다. 독(毒)도 없고 해(害)도 없다. 어느 하루를 뺄 것 없이 즐거운 날이다. 오직 <日日是好日>이다.

‘날마다 좋은 날’이기는커녕 ‘날마다 나쁜 날’이라고 푸념해왔다. 세상을 돌아보고 가족과 개인신상을 돌아보면 좋은 날보다는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분별과 집착심에서 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분별과 집착심을 버리고 평상심(平常心)을 유지한다면 우문선사가 말한 ‘날마다 좋은 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와 한 몸이 되는 도인(道人)의 경지야 어찌 바라랴만 이렇게 다짐해 본다.
하루하루가 최고 최상의 날이며, 둘도 없이 소중한 하루임을 잊지 말자.

날씨 따위에 일희일비할 일인가? 하루에도 숫하게 부딪치는 일들. 실없이 낙관하며 헤픈 웃음을 웃지도 말고 지레 비관하여 자포자기하지도 말자.

기쁠 때는 즐거워하되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온다는 것(興盡悲來)을 생각하고. 나의 기쁨이 남의 슬픔이 되지 말도록 조심하자.

슬프고 괴로울 때는 역경(逆境)에 이르게 한 원인을 캐내어 남 탓하기 전에 우선 나부터 반성하자.

화날 때는 나를 화나게 하는 상대의 입장을 관대히 살펴보자.
고통이 오면 맞서 극복하되 고왈낙지모(苦曰樂之母), 고통은 즐거움을 잉태한 어머니라 생각하자.

우주와 한 몸이 되기를 염원하고 언제나 차별 없는 평상심(平常心)으로 중도(中道)의 진리를 추구하자.
15일전은 과거요 15일 후는 미래, 일일은 바로 현재를 말한다 했다. 日日是好日!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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