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와 민정이는 축구하는 오빠들을 피해 간신히 운동장을 벗어납니다. 요즈음 운동장의 주인은 축구공 같습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쉬는 시간이면 모두 뛰쳐나와 축구를 합니다. 높은 하늘에서 운동장을 보면 뻥 뻥 하고 날아다니는 축구공만 보일 것입니다.
“나래야, 우리 집에 놀러갈래?”
교문 앞에서 서로 헤어질려고 할 때 불쑥 민정이가 말합니다.
“학원은?”
“괜찮아. 하루쯤 빠지는 거. 엄마도 잘 모를거야.”
“그래도….”
“가자. 어제 엄마가 새 게임 시디 사주셨거든. 같이 하자.”
“…음, 좋아. 우리 배 고프니까 컵라면 사갈까?”
“난 돈 없는데.”
“하나 사서 나눠먹지 뭐.”
“히히 좋아. 빨리 가자.”
민정이는 목에 걸린 열쇠를 손으로 퉁기며 웃었습니다.
민정이네 집은 학교에서 가까운 보람 아파트입니다.
엄마 아빠 두분 다 회사에 다니시기 때문에 저녁 늦게나 돌아오신다고 했습니다.
오빠가 한 명 있는데 중학생이어서 엄마보다 더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다고 했습니다.
민정이와 나래는 우선 오빠 방에 들어가 컴퓨터 게임을 했습니다. 그 다음 컵라면을 먹고 누워서 만화책을 보았습니다. 오빠 침대 아래에서 민정이가 만화책을 다섯권이나 찾아냈을 때 나래는 좋아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곧 실망하고 말았습니다나래가 좋아하는 만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나래는 예쁜 여자들이 나오는 만화를 좋아하는데 민정이 오빠 만화는 온통 치고 받고 싸우는 것뿐이었습니다.
만화책을 한쪽에 밀어놓는 나래를 보고 민정이가 새로운 생각을 해냈습니다.
“나래야, 너 내 탯줄 한번 볼래?”
“탯줄? 탯줄이 뭐야?”
“바보, 탯줄도 몰라?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와 줄로 연결되어있잖아. 그 줄말이야.”
“그런데 탯줄이 어딨어? 넌 여기 벌써 나와있잖아.”
나래는 민정이 몸을 훑어봅니다.
“하하하, 너 지금 내 몸에서 탯줄 찾는거니? 탯줄 자른 자리가 여기 있는데?”
민정이는 옷을 올리고 배꼽을 보여주며 깔깔댑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병원에서 탯줄 자른거를 엄마한테 선물로 줬대. 그래서 우리집엔 내 탯줄이 있어. 보여줄게 이리와봐.”
민정이는 나래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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