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아이 - 1
뻐꾹아이 - 1
  • 뉴스서천
  • 승인 2002.07.18 00:00
  • 호수 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가 오려는지 짙은 회색으로 물든 하늘이 학교 운동장 가를 맴돌고 있습니다.
나래와 민정이는 축구하는 오빠들을 피해 간신히 운동장을 벗어납니다. 요즈음 운동장의 주인은 축구공 같습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쉬는 시간이면 모두 뛰쳐나와 축구를 합니다. 높은 하늘에서 운동장을 보면 뻥 뻥 하고 날아다니는 축구공만 보일 것입니다.
“나래야, 우리 집에 놀러갈래?”
교문 앞에서 서로 헤어질려고 할 때 불쑥 민정이가 말합니다.
“학원은?”
“괜찮아. 하루쯤 빠지는 거. 엄마도 잘 모를거야.”
“그래도….”
“가자. 어제 엄마가 새 게임 시디 사주셨거든. 같이 하자.”
“…음, 좋아. 우리 배 고프니까 컵라면 사갈까?”
“난 돈 없는데.”
“하나 사서 나눠먹지 뭐.”
“히히 좋아. 빨리 가자.”
민정이는 목에 걸린 열쇠를 손으로 퉁기며 웃었습니다.
민정이네 집은 학교에서 가까운 보람 아파트입니다.
엄마 아빠 두분 다 회사에 다니시기 때문에 저녁 늦게나 돌아오신다고 했습니다.
오빠가 한 명 있는데 중학생이어서 엄마보다 더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다고 했습니다.
민정이와 나래는 우선 오빠 방에 들어가 컴퓨터 게임을 했습니다. 그 다음 컵라면을 먹고 누워서 만화책을 보았습니다. 오빠 침대 아래에서 민정이가 만화책을 다섯권이나 찾아냈을 때 나래는 좋아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곧 실망하고 말았습니다나래가 좋아하는 만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나래는 예쁜 여자들이 나오는 만화를 좋아하는데 민정이 오빠 만화는 온통 치고 받고 싸우는 것뿐이었습니다.
만화책을 한쪽에 밀어놓는 나래를 보고 민정이가 새로운 생각을 해냈습니다.
“나래야, 너 내 탯줄 한번 볼래?”
“탯줄? 탯줄이 뭐야?”
“바보, 탯줄도 몰라?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와 줄로 연결되어있잖아. 그 줄말이야.”
“그런데 탯줄이 어딨어? 넌 여기 벌써 나와있잖아.”
나래는 민정이 몸을 훑어봅니다.
“하하하, 너 지금 내 몸에서 탯줄 찾는거니? 탯줄 자른 자리가 여기 있는데?”
민정이는 옷을 올리고 배꼽을 보여주며 깔깔댑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병원에서 탯줄 자른거를 엄마한테 선물로 줬대. 그래서 우리집엔 내 탯줄이 있어. 보여줄게 이리와봐.”
민정이는 나래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계속>

<함께읽는동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