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아이(3)
뻐꾹아이(3)
  • 뉴스서천
  • 승인 2002.07.31 00:00
  • 호수 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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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소리가 극성을 부리던 날 오후 나래는 집을 나섰습니다.
따가운 햇살에 숨이 턱 막혀옵니다.
어른, 아이, 어느 누구 하나 나와 있지 않은 동네엔 윙윙윙 집집마다 에어콘 돌아가는 소리와 매미소리만이 가득차 있습니다.
‘차라리 학교 다닐때가 나아. 방학에도 이렇게 학원에 다녀야 하다니….’
방학이 되자마자 캐나다에 영어 배우러 간 민정이가 부럽기만 합니다.
‘민정이는 지금 뭘할까? 혹시 외국 친구를 나보다 더 좋아하게 된 건 아닐까, 선물 하나쯤은 사가지고 돌아오겠지…’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모퉁이를 막 돌아서는데, 할머니 한 분이 종이 쪽지 하나를 들고 두리번거리고 계십니다. 골목으로 막 튀어나온 나래를 보자마자 할머니는 반갑게 다가서십니다.
“얘, 아가 여기 무지개 주택이 어디냐?”
“바로 이 옆인데요.”
“그으래? 어디 나 좀 알려다오. 집들이 다 비슷비슷해 놔서 원.”
“저도 무지개 주택에서 사는데, 할머니 누구네 집 가시는거예요?”
나래는 할머니 손에 들린 쪽지를 곁눈질하며 물었습니다.
“으응, 저기 이름이 차 진옥이라고 네가 알랑가 모르겄다. 어른 이름을 네가 알리 없지?”
“네에? 차·진·옥이요? 우리 엄마 이름인데?”
“뭐여? 그럼 네가 진옥이 딸여?”
“네에.”
할머니는 가던 걸음을 우뚝 멈추시더니 나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십니다.
“그려, 그런것도 같네. 갓난 애기적 모습이 조금 남아있기도 한 것 같구. 그런데 벌써 이렇게 크다니, 세월 참. 늙기만 하는게 세월인줄 알았더니 이렇게 크기도 하는구나. 내가 이모 할머니다.”
할머니는 손가방을 땅에 내려놓으신 채 나래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며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할머니 입술 위에 모여있던 작은 주름들이 물결처럼 퍼져갔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래는 조금 늦은 인사를 하며 할머니 가방을 손에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습니다.
낯선 할머니와 함께 길을 걷자니 왠지 쑥스럽고 어색해서 엄마가 듣지 못할걸 알면서도 나래는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습니다.
<계속>

<어른과 함께하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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