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 어디까지 왔나
학교운영위, 어디까지 왔나
  • 뉴스서천
  • 승인 2002.07.31 00:00
  • 호수 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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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교단에 섰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교무실의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였다. 육성회나 어머니회 임원들조차도 교무실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만큼 학교가 폐쇄적(?)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이를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와 교사들에 대한 존경심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열린 학교’니 ‘개방’이니 하면서 교무실의 문턱은 점차 낮아졌고 학부모들은 쉽게 교무실을 찾게되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 내 교육자치기구로 설치되면서 학부모들의 발언권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고, 학교에 대한 질의나 요구 사항도 많아졌다. 그러나 처음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 운영될 때는 예전의 육성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원회는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의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은 많이 달라졌다. 제도에 대한 홍보와 참여 위원들의 인식 변화로 지금의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교육 전반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구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지역 내의 많은 학교들은 아직도 수 년 전에 이미 사라진 ‘육성회’의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운영에 학부모, 교원, 지역인사가 참여함으로써 학교정책결정의 민주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역 실정과 학교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심의·자문하는 기구이다.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사항을 살펴보면, 학칙의 제정 및 개정, 학교의 예산 및 결산, 학교교육과정의 운영 방법, 교과용도서의 선정, 정규학습시간 종료 후 또는 방학기간 중의 교육활동 및 수련활동, 초빙교원의 추천, 학교 급식, 학교운동부의 구성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심의 사항에도 불구하고, 매달 개최해야 하는 정기회의조차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한 번 열리는 회의에서 많은 안건을 처리하다보니 회의는 형식적으로 흘러가 버리고 만다. 더 문제되는 것은 사전에 심의해야할 안건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행하고 나중에 심의하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빈번하다. 그런데도 운영위원들의 대부분이 학부모이다 보니, 잘못된 일에 대하여도 입을 다물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사전 심의기구가 아니라 사후 그저 통보 받는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해 있는 것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먼저 학교운영위원회의 제도를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고, 학교 추진하고자 모든 교육 사업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심의하고, 심의 결과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한다. 특히 교원위원은 학교에서 직접 교육활동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학부모위원이나 지역위원들이 놓치기 쉬운 일들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할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6·11 교육위원 선거에서는 학교운영위원들의 의식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높은 투표 참여율은 교육에 대한 관심도와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교육위원의 선출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속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칼럼위원 오재경/ 장항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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