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變化)
변화 (變化)
  • 뉴스서천
  • 승인 2001.02.07 00:00
  • 호수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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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래학자는 ‘2050년 경이 되면 현재 적용되고 있는 지식의 95%는 쓸모가 없게 된다’고 했다. 또 40~50년 전 어느 음악가는 ‘앞으로 명곡은 마치 돼지 멱따는 소리 같은 괴성이 될 것’이라고 해 당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당시 이들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변화가 일어나면서 현실화 되어 가는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한 예로 옛날 ‘삼불거(三不去)’에 ① 돌아가 의탁할 곳이 없거나 ② 부모의 3년상을 같이 치렀거나 ③ 가난했다가 부자가 됐을 때는 아내를 내쫓을 수 없다고 되어 있으나 지금은 그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어 ① 남자가 노숙자로 쫓겨나고 ② 3년상은 커녕 시부모와 동거를 기피하고 ③ 부부 맞벌이로 빈부의 시비는 없을뿐더러 이혼율이 3명에 한 명 꼴로 일부종사(一夫從事)란 어휘는 이제 우리 상식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 정서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음악은 괴롭고 쓸쓸할 때는 우울함을 달래주고 기쁘고 즐거울 때는 흥을 돋우어 사람의 감정을 순화시켜 주는 역할을 했으나 요즘 노래는 빠른 템포에 알아듣기 힘든 가사에다 넓은 무대를 미친 듯이 휘젓고 다니면서 흔들어대는 춤과 청중들이 내지르는 고함소리는 노래인지, 괴성인지, 춤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변해 버렸고 이들을 길러낸 부모(노년층) 세대가 즐겨 부르고 듣던 대중가요는 차차 듣기조차 힘들어졌다.
이렇듯 자꾸만 변해 가는 이 때 며칠 전 아내의 간병차 서울의 한 큰 종합병원 병실에서 빠르게 변태(變態)되어 가는 시류(時流)를 꼭 붙들고 옛 미풍을 고수하고 있는 파수꾼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대구시 달서구에서 50여명의 종업원을 두고 섬유업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인데 주로 노령의 여자 환자만이 있는 병실에서 대수술을 받고 고통스러워하는 노모를 군소리 없이 간병함은 물론 같은 방 모든 환자들까지도 틈나는 대로 돌보고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보다 못한 한 노파가 왜 부인은 보이지 않느냐고 묻자 아무래도 며느리보다는 탯줄로 이어진 모자간이 어머니 마음을 더 편하게 할 것 같아 한사코 오겠다는 부인을 설득해 공장일을 맡겼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느 시골에서 한 아들이 들에서 집에 돌아오면 아무렇게 신발을 벗고 이 방 저 방에 옷들을 던져놓아 어머니가 일일이 챙기는 수고를 하고 심지어 아들의 발까지 씻어주었다고 한다.
이에 고을 사또가 아들을 불러놓고 불효를 추궁하자 그 아들은 “아무 일도 없이 골방에 가둬놓는 것보다 어머니가 낳고 기른 아들을 손수 보살피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하였노라”고 말해 벌 대신 효자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40대 초반의 이 남자 역시 그런 어머니의 은혜를 만분의 일이라도 보은하려는 모습으로 보여 여간 아름답지 않았다.
그동안 남성들이 군·관·기업을 비롯한 사회의 각종 직업을 독점하여 왔으나 지금은 차차 평준화되어 초등학교 교직의 경우 여성이 70~80%를 차지하는 등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무척 많아졌다. 앞으로 남성들이 누렸던 가정과 사회의 지위가 점차 무너지면서 어떤 변화가 또 이루어질지 궁금하기만 하다.
<여채호/ 장항읍 신창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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