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아기 <마지막회>
별 아기 <마지막회>
  • 뉴스서천
  • 승인 2001.02.07 00:00
  • 호수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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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분홍빛 담요에 싸여있었습니다.
아기를 안은 아줌마도 분홍빛 얼굴입니다. 환한 불빛과 사람들 속에 앉아있는 아줌마는 무척 행복해 보였습니다. 아기별은 갑자기 슬픔을 느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지…… 조금만’ 그 날부터 아기별은 애써 조용한 집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아니, 더 이상 조용한 집이 아니었습니다. 딸랑이 소리, 우유 탈 물이 끓는 소리, 아기가 우는 소리, 그리고 우는 아기를 달래는 소리까지, 아기와 함께 하는 소리들로 가득했습니다.
아줌마는 이제 하늘의 별을 보지 않았습니다. 창문을 열지도 않았습니다. 아마 아기 때문이겠지요. 아기별은 소망을 잃은 별이 되어 시들시들해져갔습니다.
아기별이 시린 겨울 빛과 함께 짧은 한숨을 내쉬던 어느 날 할머니별이 찾아왔습니다.
“아가,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거냐?”
“할머니,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전 아줌마의 아기가 되고 싶어 제 마음속에 있는 먼지 같은 기억도 지우고 있었는데 아줌마 집에 아기가 왔어요.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요”
“아기별아, 이 세상의 아기는 모두 선물이란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겐 그 선물이 행복만 주는 것이 아니라 때론 칼에 베인 듯이 아픈 슬픔도 준단다. 넌 아줌마의 기쁨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그건 어쩌면 또 다른 슬픔을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지. 그 조용하기만 했던 집의 아줌마는 두 명의 아기를 낳았었는데 둘 모두 똑같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갔단다. “
“그럼 지금 저 아기도……?”
“저 아기는 아줌마가 낳은 아기가 아니란다. 하지만 아줌마의 소중한 아기가 되었지.”
“그랬군요.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아기가 왔군요.”
아기별은 답답했던 가슴속으로 바람 한 자락이 들어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서 어떤 향기를 느꼈습니다. 박하향 같은.

열 달이 지났습니다.
조용한 집을 지나, 아파트를 지나, 꼬불꼬불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차들도 들어갈 수 없는 작은 동네가 나옵니다. 그 동네 한 가운데 있는 빨간 양철지붕 집에 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으앙”하는 큰 울음소리가 매일 밤 작은 동네를 흔들어놓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잠시 발을 멈추고 “고놈 참! 울음소리 한번 크다.” 하고 한마디씩하고 갑니다. 어린 여자아이를 안고 가던 아줌마 한 분도 그 집을 지나다가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줌마는 빙그레 미소지으며 집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창문 바로 앞엔 키가 큰 대추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고 그 나뭇가지 사이로 별들이 보였습니다. 아줌마는 아주 오랜만에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참 맑고 밝은 밤이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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