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것만 되면 아이 하나 더 낳고 싶다.
┃기획┃ 이것만 되면 아이 하나 더 낳고 싶다.
  • 최정임 기자
  • 승인 2010.10.11 13:34
  • 호수 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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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엄마가, 양육은 우리 모두가…
출산장려금 준다고 아이 낳을 수 없는 일
양육지원금 고맙지만 육아문제도 해결 안돼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이 1.15명(2009년 기준)으로 최저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서천군도 1.3명 수준으로 역시 심각하다. 저출산 문제는 사회구조의 고령화에도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는 생산가능 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그 생산가능 인구는 노인부양, 노후연금 때문에 허덕이게 될 게 뻔하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평균수명은 긴 반면 경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저출산 문제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면서 심화되는 고령화 사회의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에 우리 지역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정책들이 필요하며 지역사회가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서천군의 출산장려정책
양육지원금에서 만남 주선까지

정부에서 추진하는 출산장려정책 이외에 군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으로는 출산지원금과 양육지원금 지원을 들 수 있다.

정부에서도 출산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군에서 따로 군비를 들여 지원하는 것으로 지원대상은 부모가 1년 이상 군내에 거주자로 첫째, 둘째는 30만원, 셋째 이상은 80만원을 지원한다. 출생신고 후 1년 이상 거주자에게는 돌축하금 2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지난 2009년에는 총 569명에게 1억7천30만원의 출산지원금과 총 264명에게 5280만원의 돌축하금을 지급했다.

또 양육지원금 지원은 올해 새로 추진하는 것으로 신청일을 기준 부모가 역시 1년 이상 거주한 세대의 셋째 이상 자녀에게 만 3세까지 지급한다. 지원금액은 매월 셋째 5만원, 넷째 10만원, 다섯째 15만원, 여섯째 이상 2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 6월말까지(월평균) 셋째 127명, 넷째 21명, 다섯째 4명 등 총 152명에게 5180만원을 지원했다고 군은 밝혔다.

이와 더불어 출산에 앞서 결혼부터 촉진시키기 위해 ‘오작교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으로 군내 미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만남 주선까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천군보건소에서도 불임부부 지원사업, 체외수정시술비 지원, 출산용품지원 등 출산과 관련한 여러 사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군관계자는 지역의 출산율이 미미하나마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는 여전해 이를 체감하긴 어렵다.

 

 

젊은 연령층은 경제난 때문에
고연령층은 육아 문제 때문에

지난 2008년 군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저출산의 원인은 경제난, 육아문제, 교육문제 순으로 나타났고 가장 필요한 정책은 양육비 지원정책으로 조사됐다.
군은 지난 2008년 8월 출산수당 신청가구, 출산예비가정, 일반 주민 등 총 220가구를 대상으로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서천 만들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고 그 중 147가구가 응답해 67%의 응답률을 보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저출산 원인에 대해 전체적으로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는 응답이 59.2%로 가장 많았고 육아문제는 20.4%, 교육문제는 16.3%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자보다 여자가 경제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더 높았고 여자보다는 남자가 육아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녀가 적은 사람일수록 경제 문제로 저출산 현상이 발생했다고 생각했고 자녀수가 많아질수록 육아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1.2%가 양육비지원정책의 신설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변했고 다음으로 셋째아 무상보육이 21.8%, 상해보험지원이 8.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성별, 연령별 차이는 특별히 나타나지 않았으나 30대 여성의 경우 셋째아 무상보육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녀수가 많을수록 역시 셋째아 무상보육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군은 30대 여성이 출산과 육아의 주 연령층으로 보고 이들의 의견을 우선 반영해 올해 1월부터 양육비지원사업을 신설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양육비지원사업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양육비가 해결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그에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육아문제와 교육문제로 인해 출산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스웨덴-아동양육 주체는 가족과 국가

한때 낮은 출산율로 고민했던 스웨덴은 현재 선진국들 가운데 높은 출산율(2008년 기준 1.67명)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의 45%, 각료 중 50% 이상이 여성이며 여성취업률은 80%를 웃돌고 있지만 출산율을 높일 수 있었던 요인은 육아휴직제도, 탁아소, 자녀수당 등 육아복지가 잘 갖춰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육아휴직 480일 중 60일은 남자가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하고 있으며 휴직 중 일정액의 임금을 정부가 지급한다. 출생 후 18세까지 자녀수당 제도도 한 몫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가정, 기업 그리고 국가가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자율업무시간제는 아동친화적인 스웨덴의 양육문화를 엿볼 수 있다. 기업을 이끄는 간부나 임원들 역시 이런 문화에 익숙하며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이런 제도들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2005년 일본 내각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웨덴은 아이를 더 낳겠다는 비율이 한국과 일본의 두 배인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전반적으로 아이 갖는 풍토가 갖춰져 있는 셈이다.

 

노르웨이-저출산, 양성평등으로 극복

노르웨이 출산율은 1.78명(2008년 기준)로 양성평등이 잘 이뤄지는 북유럽 가운데서도 높은 수치로 스웨덴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노르웨이 저출산 극복의 핵심은 양성평등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임신하면 반드시 가야만 하는 4주의 휴가, 100% 유급 출산휴가 42주, 12세 미만 자녀가 아플 때 유급휴가 10일, 원한다면 모두가 아이 돌봄 시설에 맡길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아빠도 쓸 수 있다.

이같은 양성평등은 출산휴가를 부모휴가로 바꾸면서부터로 여자를 배려하는 차원이 아닌 남성도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1960년대만해도 노르웨이 역시 육아휴직도 돌봄시설도 없었지만 여성 정치인들이 똘똘 뭉쳐 육아 부담을 가족과 국가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정책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학교, 직장에서도 임신부의 차별을 막는 캠페인과 평등교육을 거세게 펼쳤다.

우리나라 여성부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아동·성평등부는 1978년 양성평등법 제정을 이뤄냈고 이는 30년 전부터 노르웨이에선 경력단절여성이 사라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현재 여성 69.5%가 일을 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비율을 40% 이상으로 의무화 했으나 지금은 ‘여성 리더’라는 말은 의미가 없으며 단지 ‘리더’로 불릴 뿐이다.
 


 

 

출산은 엄마가, 양육은 모두가…
배려, 저소득 지원 아닌 공동의무

스웨덴이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출산한 여성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데 있다. 우리와는 달리 여성에게 일과 출산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않고 남성이, 그리고 기업과 국가가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것. 행복한 출산과 즐거운 양육은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서천군도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서천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여성계, 종교계, 경제계, 교육계 등 민·관이 함께 ‘아이낳기 좋은세상 서천군 운동본부’를 조직했으나 아직까지는 별다른 변화를 느낄 수 없다.
또 노르웨이처럼 여성 정치인이 늘어난다고 여성정책이 무조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할 여성의원 수가 많아질수록 일하는 여성이 아이를 잘 낳아 기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수월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서천은 5대 군의회와 마찬가지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단 1명의 여성의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됐을 뿐이어서 아쉬움으로 남았다.
우리도 정부나 군이 출산장려정책을 내놓으며 ‘이렇게 여성을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이나 저소득층 지원의 차원에서 벗어나 출산은 엄마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지만 양육은 엄마뿐만이 아닌 남성, 가족, 기업, 지역사회, 국가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의무라는 인식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천군 자체 출산장려 정책

△출산지원금-1~2째 30만원, 3째 이상 80만원
△돌 축하금-출생 후 1년 이상 거주자 20만원
△양육지원금-셋째 이상 자녀에게 만 3세까지 매월 지급(셋째 5만원, 넷째 10만원, 다섯째 15만원, 여섯째 이상 20만원)
△불임(난임)부부 지원사업-월평균소득 150%이하(체외수정 최대 3회 지원, 인공수정시술 1회 지원)
△출산용품지원-내년 시행 불분명
△저출산 극복 주민인식개선교육(연 2회)
△오작교 아카데미-인식개선교육, 만남의 장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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