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에 전 재산(?) 내놓는 소녀천사
범죄피해자에 전 재산(?) 내놓는 소녀천사
  • 최정임 기자
  • 승인 2010.12.19 22:35
  • 호수 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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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빨아 모은 용돈 모두 전달
서천여자정보고 이다미 양

▲ 서천여자정보고 이다미 양.
탈무드에 나오는 ‘마법의 사과’라는 이야기가 있다.
가지고 있던 망원경으로 공주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포고문을 보고 마법의 융단으로 공주가 있는 곳까지 빨리 날아갈 수 있게 한 두 형들이 있었지만 왕은 마법의 사과를 준 막내와 사랑하는 딸을 결혼시킨다는 내용이다.
이유는 사과를 준 막내에게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며 그것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주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다미양(16·서천읍 신송리)을 만나 얘기하면서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미양은 올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사)홍성지역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사장 윤동빈·이하 홍성범피)에 지속적으로 성금을 전달해 오고 있다.

우연히 농협 서천군지부 앞에서 홍성범피모금행사를 보게 된 후부터 호기심에 시작한 일이다.

물론 더 많은 돈을, 더 오랫동안 기탁해 온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미양의 선행이 돋보이는 건 그녀의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용돈을 전부 홍성범피에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독지가들에 비하면 작은 돈이겠지만 1~2달에 한번 3~5만원씩 내는 돈이 학생에게는 결코 작은 돈은 아니다.

그것도 한 달 용돈 3만원에 틈틈이 운동화를 빨거나 심부름을 해서 부모님(이세원·김은경)에게 받은 용돈들까지 담긴 저금통을 통째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막내가 공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사과를 준 것처럼 그녀도 자기가 가진 돈 전부를 범죄피해자들을 위해 내놓고 있다.

그리고 아직 어린 나이지만 “내가 내는 돈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는 그녀의 말에 나눔의 소중함과 기쁨이 자리 잡은 따뜻한 가슴이 느껴졌다.

우연히 접하게 된 단체지만 누리집을 통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더욱 적극적으로 용돈을 모으게 됐다며 힘을 보태주고 동참해주는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집으로 오는 소식지를 보면서 자신이 낸 성금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지는 것을 볼 때마다 보람이 느껴진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반 회사원이나 사회복지사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꿈을 가진 그녀는 작은 것의 소중함을, 평범한 삶이 사실은 정말 얻기 힘든 행복이라는 것을 어쩌면 벌써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번 하기로 한 일을 계속해서 잊지 않고 해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녀가 무엇을 원하든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란 믿음과 그런 그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한편 홍성범피는 성폭행, 뺑소니 등의 범죄로 인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 고통을 덜기 위해 2005년 설립된 홍성범피는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 관할지역인 서천과 홍성, 예산, 보령지역 내 80여명의 위원들이 봉사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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