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2시, 구제역방역초소를 가다
■ 새벽 2시, 구제역방역초소를 가다
  • 이미선 기자
  • 승인 2011.01.31 15:05
  • 호수 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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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굿둑 등 8곳 초소 전 공무원 불침번
오전 5~6시 30분 축산차량 고압분무 소독

 

지난 12월 29일을 기해 구제역이 심각단계로 격상되면서 전국은 지금 구제역 방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족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서천군은 올해 초 인근 공주와 천안, 아산 등 지역 축산 농가들의 소·돼지 살처분 소식에 조였던 긴장의 끈을 바짝 더 조여매고 있다.

지난 27일 새벽 2시. 아직 아침이 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 지난주부터 서천군 전 공무원들은 8개 방역초소별로 조를 이뤄 24시간 불침번을 서고 있다. 하루 4시간씩 1개의 초소에 8명의 공무원들이 번갈아가며 구제역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취재진이 찾아간 금강하굿둑 방역초소에는 서천군에서 고용한 2명의 사역자들과 총무과 직원 1명이 서천으로 진입하는 차량들에 소독제를 분무 중이었다. 현재 서천군은 이곳 말고도 서천으로 들어오는 전 차량에 방제태세를 갖추고자 서천IC와 동서천IC, 춘장대IC, 한산면 원산리, 마산면 라궁리, 부사방조제, 판교면 복대리에 방역초소를 마련하고 구제역 방제에 온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 김영욱(59·판교면 판교리), 신동관(58·판교면 상좌리)씨는 지난해 서천군 산불감시원으로 활동을 끝내고 이번 구제역 방제작업에 투입됐다. 이들 말고도 8개 초소에 3교대로 근무하고 있는 작업자들 대부분은 김씨 등과 같은 산불감시원이었거나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으로 구성돼 직접 방역작업에 뛰어들고 있다.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이번 구제역 사태를 두고 신동관씨는 “소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마음 아파했다. 신씨는 구제역이 좀 실감나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소 먹이는 사람이니까. 이번 방역에 더욱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욱씨는 “4년 전 소나무 재선충병이 돌 당시에도 이곳 초소에서 방제 일을 맡아 본 적이 있다” “그때도 서천군으로 소나무 재선충병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살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에 못지않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맞은편 군산시의 자동분무형태의 방역과는 달리 서천군은 예산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전방에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사람이 눈으로 확인한 뒤 차단기를 올렸다 내리는 수동방식으로 방제작업을 펴고 있다.  한 사람이 멀리 군산방향에서 서천으로 진입하는 차량을 확인하면, 또 다른 한 사람이 초소 안에 있는 차단기를 올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소독기 주변 꽁꽁 얼어있는 소독제들을 삽으로 깬 뒤 그 위에 염화칼슘 등을 붓는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

 

▲ 27일 새벽 2시 금강하굿둑 방역초소에서 근무자가 언 소독제를 삽으로 깨고 있다.

이곳 방역초소는 특히 오전 5시부터 6시 30분 사이 서천을 가로질러 가는 각종 사료와 곡물(옥수수 따위 등)차량들의 출입으로 붐비고 있는데, 평균 20분에 1대꼴로 차량들이 이곳 초소 앞에 서서 축산차량 고압분무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일반차량 자동소독을 위해 각각 5천리터, 2천리터, 2천리터의 소독통에 하루 3~4차례(총 9천리터 상당)의 소방차량 급수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새벽 4시. 한전 협력업체인 동양전기ENG(서천 소재) 소속 양성호(43·기산면) 총무가 소독제 방역에 따른 스위치 점검을 나왔다. “날씨가 춥다보니 기계도 종종 오작동을 일으키곤 하죠. 이렇게 자주 손봐주지 않으면 안 되니까 피곤해도 참아야죠(웃음)”

양성호씨의 한마디에 모두들 소리 없는 응원을 보내기라도 하듯 잠시 침묵이 흘렀다. “축산농가의 슬픔을 생각한다면 공무원이라고 해서 잠깐의 피곤함에 앓는 소리를 할 수는 없잖아요. 구제역 방역 또한 우리 서천을 지키고 살리는 일이니까요. 온 공무원뿐만이 아니라, 군민 모두가 지켜 내야할 몫 아니겠어요?” 총무과 정선옥 평생교육 담당자는 다음 교대근무자가 온 뒤 새벽 5시의 찬이슬을 맞으며 말했다.

그렇게 새벽 해를 기다리는 방역초소 사람들은 하루 빨리 전국이 구제역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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