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는 엄마의 육아일기 < 37편>
■ 일하는 엄마의 육아일기 < 37편>
  • 최현옥 시민기자
  • 승인 2011.10.31 11:49
  • 호수 5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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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생활 맨 만들기
어른에게 인사 잘하기, 혼자서 이 잘 닦기, 골고루 먹기, 갖고 논 장난감 잘 정리하기 등. 어느 부모든 아이를 예의범절 바르고 자립심 강하며 좋은 생활습관을 가진, 일명 바른생활 맨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
난 결혼 전부터 식당에서 무례하게 떠드는 아이나 충치가 심한 아이, 인사를 잘 안하는 아이 등을 보면 ‘도대체 밥상머리 교육을 어떻게 시키면 아이가 저럴까?’하는 생각에 이해가 안됐다.
내가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좀 더 다른 아이, 적어도 생활습관이 바른 아이로 키울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좋은 생활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편식 없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여러 음식을 접하게 하고 단 음식보다 단 맛이 덜한 것부터 주었다.
 육류보다 채소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고 골고루 먹도록 권했다.
또 밥을 먹을 때는 제자리에 앉아서 먹도록 했으며 충치 예방을 위해 양치는 울려가면서라도 했다.
처음에 아이는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와 주었다.
그러나 아이를 키워보니 항상 교육한 대로의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아이는 언제든 변수를 가지고 있었다.
편식 없이 아무거나 잘 먹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굴, 조개, 버섯을 먹지 않는다.
전문가의 조언대로 아이가 모르게 음식 속에 갈아서 넣어봤지만 영락없이 알아낸다.
그리고 돌아다니지 않고 제자리에서 밥을 잘 먹었는데 요즘은 밥 한 숟가락 먹고 미끄럼 타고, 장난감을 옆에 놓고 만지작거린다.
심지어 끼니때마다 ‘밥을 안 먹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에게 인사하라면 잘했는데 언제부턴가 쑥스럽다며 내 뒤에 숨어버린다.
어른들이 말을 걸어도 대답 없이 손가락만 빨던지 아님 반말로 대답한다.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 민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를 혼내는 것도 잔소리 하는 것도 한두 번. 무조건 강요하면 역효과가 난다며 긍정적인 습관을 형성할 수 있을 때까지 동기를 부여하며 기다리라고 한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돌아다니며 밥 먹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그래서 아이가 먹기 싫어하는 음식을 강요한다든지, 억지로 인사하라고 말하기보다 내가 먼저 본을 보이기로 했다. 자기가 가지고 논 장난감을 치우라고 잔소리하기보다 본보기로 치워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언제부턴가 가지고 논 장난감 치우기가 귀찮다며 엄마 아빠가 대신 치우라고 한다. 이런 때는 너무 기가 막히다. 다른 부모들의 마음이 다 헤아려 진다. 
최근 천방지축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을 가졌던 친척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느새 나이를 먹고 의젓한 형이 돼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건 끝없이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 같다.
그러면 아이는 기다림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그게 언제일지 모르지만 나 역시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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