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철 세상보기 - 우리의 우방 미국?
양수철 세상보기 - 우리의 우방 미국?
  • 뉴스서천
  • 승인 2003.01.09 00:00
  • 호수 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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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비행기가 서천하늘을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었다.
6.25 전쟁 때의 어느 날 판교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오는 5일 장날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아까 지나가던 미군비행기가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어느 순간 저공비행으로 판교장을 덮치듯 다가오더니 기관총을 난사했다. 장터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흰색과 빨강 색이 혼합되어 길거리와 장터를 덮었다. 여기저기 시체가 나뒹굴고 장터는 피비린내와 기관총소리로 파장을 알리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 어느 젊은 여인이 쓰러져 있었다. 살펴보니 아이는 꼭 껴안고 있었으나, 여인이나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아이는 지금까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적막의 시간이 흘렀다.
월드컵 열기에 나라전체가 들썩거리고 있을 때 미선이 효순이가 미군장갑차에 의하여 깔려 죽었다. 그들은 단순한 교통사고로 여기고 있었고 업무수행중이라 아무런 죄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끼리 재판을 하며 무죄라고 한다. 21세기의 백주에 대한민국 도로상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도, 미국도 지금까지 공식적인 사과의 말이 없다.
6.25 전쟁 중 어느 날 미 공군 조종사는 판교장터에 가득 모인 이 지역 주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기총소사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잃게 했다. 그 끔찍한 살인행위도 지금까지 함구무언이다.
이렇듯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미국은 인명을 살상하고도 죄가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은 좋은 나라요,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우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무슨 일이든 미국식이면 그만이다. 가장 좋다는 뜻이다.
50여 년이 그렇게 지나고 나면서 어느 날 갑자기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으로 인하여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우방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하여 조용하게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지금 그 촛불이 전국 방방곳곳의 어둠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미국대사관을 삼키고 있다. 촛불로 꽁꽁 얼은 동토를 녹이고 있는 것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에 김대중 대통령에게 유감의 뜻을 전화로 했다고 한다.
조용하고 바람만 세게 불어도 꺼진 촛불이 뜨거운 광열로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가슴으로 다가간 것일 게다. 지금 우리의 힘없는 촛불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진정으로 대등한 우방으로 남기를 바랄 뿐이다.
50여 년 전 판교에서 미군 기관총에 의하여 한쪽 발을 잃은 노인이 현재 판교에 거주한다.
그 노인은 평생 불구로 살아왔지만 목숨을 잃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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