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소열 군수의 부끄러운 목민관상
나소열 군수의 부끄러운 목민관상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2.03.16 22:39
  • 호수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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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개혁군주였던 정조 임금이 죽자 다시 노론 세력이 득세하며 정치는 문란해졌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여기에 가장 큰 몫을 한 게 지방관의 가렴주구였다.


전라도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이를 본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牧民心書)라는 책을 썼다. 고금의 여러 책에서 지방관의 사적을 가려 뽑아 치민(治民)에 대한 도리를 논술한 이 책의 서문에서 정약용은 “군자의 학(學)은 수신이 그 반이요 나머지는 목민(牧民)”이라며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에만 급급하고 백성을 기를 바는 알지 못한다”라고 개탄했다.


당시의 지방관이 해야 할 ‘목민’이란 민(民)이 주인인 오늘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민을 위해 충실한 심부름꾼이 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베트남 혁명을 성공시킨 호치민은 이러한 정약용을 숭앙하여 ‘목민심서’를 죽을 때까지 품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목민심서에 나타난 위민사상은 더욱 절실한 덕목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정약용을 연구하는 다산학연구소에서 2009년부터 정약용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기초자치단체장을 가려 ‘목민관상’을 수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서천의 나소열 군수가 올해 목민관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수상을 했다. 참으로 경하할 일이다. 그러나 상은 누가 주느냐에 따라 권위가 달라진다. 다산학연구소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시상식을 주관했는데 대다수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장관으로부터 수상을 하는 나 군수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정약용 선생이 보았으면 참으로 통탄할 일일 것이다.


더욱이 정약용이 제시했던 지방관의 길을 가장 충실하게 지켜온 오늘의 기초지자체장이 이 상을 수상할진대 오늘의 서천을 돌아보면 민망하기 그지 없다. 나군수가 창밖을 통해 뻔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는 연일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바로 환경미화원들이다. 청소행정계의 한 공무원이 군수 면담을 위해 대기 중인 이들을 향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입에 담지 못한 폭언을 퍼부으면서 촉발된 이들의 시위 및 집회는 임긍삭감 철회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3개월 째 접어들고 있다. 이들을 주인으로 섬겨 억울함을 풀어주고 생업에 충실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오늘의 ‘목민’이 아니겠는가.


사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면한 채 외지로 발주한 간판개선사업에 반발하는 옥외광고협회 회원들이 있다. 이에 더해 ‘갈팡질팡 행정’이 하굿둑 음식점 주인들의 분노를 촉발시켜 자칫 민-민 갈등을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또한 개야리 액비저장조 반대 비상대책위 주민들이 거리로 나선 가운데 찬바람 속에서 목청을 높이고 있다.


뚝심으로 버티며 그들이 지칠 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이들을 만나 진심을 담아 대화하고 잘못은 고치며 관련 공무원은 문책을 해야 비웃음을 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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