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돌이아저씨(마지막회)
깨돌이아저씨(마지막회)
  • 뉴스서천
  • 승인 2002.01.10 00:00
  • 호수 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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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쥐고 할머니는 깨돌이 아저씨가 돌아오기만을 대문 앞에서 기다리셨습니다.
해질무렵 아저씨의 차가 골목에 나타나자 할머니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차 앞으로 뛰어나가셨습니다.
편지를 차 안으로 들이미시는 화가 난 할머니, 그리고 고개 숙이고 한숨만 쉬는 깨돌이 아저씨.
옆집 희준이네 엄마가 힐끔힐끔 바라보고 앞집 종민이 할머니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해 아예 참견까지 하십니다.
“왜 그러는거야? 어? 무슨 일이야?” 하시면서요.
할머니는 깨돌이 아저씨조차 고모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사실에 더 놀라셨나봅니다. 아무튼 그날부터 우리도 깨돌이 아저씨처럼 모든 일을 소리내지 않고 해야 했습니다. 밥 먹는 소리, 텔레비전 보는 소리, 모든 소리가 작아졌습니다. 일주일 후 고모가 돌아올 때까지 그랬습니다. 돌아온 고모의 신발에는 흙과 모래가 묻어 있었습니다. 산에 다녀온 것 같기도 하고 바다에 다녀온 것 같기도 하고, 고모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만 잤습니다 .
그리고 결국 깨돌이 아저씨와 결혼을 했습니다.

고모가 깨돌이 아저씨와 결혼하던 날, 나는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고모부한테 깨돌이라고 부르지 말 것, 각자 집에서 부모님들이 깨돌이라고 부를 때는 그렇게 하지 말 것을 부탁드릴 것, 이 두 가지를 들어주는 댓가로 내 농구공, 축구공, 그리고 야구 글러브를 수시로 빌려줄 것을 약속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깨돌이 아저씨, 아니 고모부는 정말 멋졌습니다. 검은 깨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모부 차에 매달린 풍선처럼 얼굴이 온통 분홍빛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화장을 했다더군요.
지금 고모는 우리집에 와 있습니다.
풍선같이 부푼 배를 안고서요. 이제 곧 아기가 태어날 거라고 합니다.
할머니는 내심 걱정이십니다. 아기 깨돌이가 태어나면 어쩌냐고요.
하지만 전 알고 있어요.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요
고모부를 닮은 아기라면 분명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기가 태어날거예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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