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부터 심히 우려스럽다
출발 전부터 심히 우려스럽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4.06.16 16:21
  • 호수 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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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도덕경에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라는 말이 나온다. 공을 이루었으되 그 위에 올라앉지 않는다는 뜻이다.

10일 출범한 ‘서천군수직 인수위원회’의 면면을 보면 이 말을 생각해내기에 딱 알맞다.

인수위원들이 노박래 군수를 탄생시키는 데 공을 세운 사람들 일색이다. 어떤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도 눈에 띄지 않고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는 데 깊이 있는 조언을 해줄 만한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선출직 공무원인 군수가 되는 일은 정치적인 행위이지만 군수직을 수행하는 일은 행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 따라서 정치적인 인물이 아닌 행정 전문가들이 적절히 참여했어야 효율적이고 바르게 군 살림을 이끌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인물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인물들 위주여서 일종의 논공행상 차원에서 인수위원직을 배분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인수위원직은 이 달까지로 제한된다. 아무런 사심없이 인수위원직을 잘 수행해내길 빌 뿐이다.더욱 우려스러운 일은 일부 공무원들의 태도이다. 군청 총무과는 민선 6기 집행부가 출범하기도 이전에 멀쩡한 공무원증 패용 목걸이를 당선자 출신 정당 색깔인 빨간색으로 교체한 뒤 군 본청 공무원들에게 지급했다는 소식이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비용이야 얼마 안들었겠지만 이에 담긴 공무원의 태도에는 엄청난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많은 군민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은 정진형 “색깔을 고르다보니 빨간색이었을 뿐 당선자의 정당을 염두에 두어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고 변명하면서  “이달 말까지 공모를 통해 최종 결정된 군정목표를 목걸이에 새겨 새로 제작하는 공무원증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다. 그렇다면 그때 가서 할 일이지 두 번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에 쓰던 목걸이 줄에는 ‘어메니티’라는 글귀가 씌어 있었다. 이 글귀가 당선자의 심기를 건드릴 것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쉽게 추측이 간다.

물론 전임 군수의 이 정책에는 문제점도 많다. 그래서 새로운 군정목표를 정하고 슬로건도 정하기 마련이다. 이는 현안을 냉철히 분석하고 앞날을 과학적으로 예측해서 나오는 것이지 이같은 심정적인 차원의 행동으로 접근할 성질은 아닌 것이다. 새 당선자도 전기에서 잘한 점은 계승하고 잘못된 점은 과감히 시정해 나가겠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벌써부터 줄서기에 바쁘다는 말들이 새어나오고 있다. 이에 많은 뜻있는 주민들은 우려를 넘어 개탄을 하고 있다. 공무원이 군민들을 위해 일하고 봉사하는 자리이지 군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새 당선자는 이러한 움직임들을 잘 파악하여 군민들의 우려를 일소시키고 명쾌한 행정을 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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