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각박해질수록 열쇠 많아져”
“세상 각박해질수록 열쇠 많아져”
  • 최현옥
  • 승인 2002.01.10 00:00
  • 호수 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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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에서 처음으로열쇠집 차린 권학현씨
“열쇠로 닫힌 문을 열 듯 사람들 마음의 닫힌 문을 열고 싶어… ”
서천읍 군사리 읍사무소옆에서 서천’키’열쇠점을 운영하는 권학현(61·서천읍 군사리)대표는 종류가 느는 열쇠를 보며 각박해져 가는 세상을 본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초등학교때 6.25를 겪고 젊어서 고생을 많이한 권대표는 처음에는 인쇄업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자기사업도 하고 싶고 나이 먹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던중 열쇠와 연을 맺은 지 15년. 대전에서 대단위로 하는 열쇠집에 종사하다 지난 92년 서천에 내려와 지역에서 처음으로 2평 남짓한 점포에 열쇠집을 연지 꼭 10년째다. 작은 점포 안에 들어서자 권대표 앞에 놓여있는 열쇠??? 기계는 거친 손과 함께 10년의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처음 서천에 열쇠집이 생겨 잘됐다고 한다. 그러나 소자본으로 사업시작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열쇠집은 IMF가 터지면서 면단위별로 생겨 지금은 단골로 현장유지를 할 정도다.
무엇보다 섬세함과 정밀성을 요하는 업이니만큼 손재주가 있어야 한다는 권대표는 특히 직감력의 중요성을 말한다. 이젠 배테랑이 되어 녹이 없는 자물쇠는 1분이면 거뜬히 해낸다고 하는데 가끔씩 정밀한 자물쇠는 못 연다고 한다.
아기가 잠긴 방에 갇혀 울 때 자물쇠 여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는 권대표는 자물쇠 열어줄 때 곤란한 경우도 많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집에 차압이 들어와 법원 담당자가 보는 앞에서 문을 열 때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지역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그 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자물쇠 여는 기술에 대해 주위에서 유혹도 없었냐는 질문에 권대표는 그런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항상 마음을 비우고 살며 장롱을 비롯해 항상 주인이 보는 앞에서만 자물쇠를 열어준다고 한다.
자물쇠 여는 수요가 가장 많은 건 젊은층. 노인들은 느긋한 맛이 있어서 잃어버리거나 문을 잘못 잠그는 수가 적은데 젊은층은 서둘러서 수요가 많다. 황당할 때는 문열어 달라는 급한 요구에 가보면 열쇠를 찾아 문열고 그냥 가버렸을 때라고 한다.
환갑이 지나 눈도 침침해지고 손 감각도 둔해지면서 권대표는 5년정도 후에 다른 후계자가 있으면 인계해 주고 싶다고 한다.
권대표는 “과거에는 담장도 없었고 사립문 잠그는 것도 엉성하게 돼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의 열쇠도 부족해 보조키를 여러개 해야한다”며 세상이 그만큼 각박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늙어서 이젠 바라는 것도 없다는 권대표에게 소망이 있다면 2002년 새해도 밝았고 이젠 서로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믿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최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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