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 관세화 저지투쟁’을 지지한다
[사설]‘쌀 관세화 저지투쟁’을 지지한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4.09.23 18:17
  • 호수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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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지구상에서 벼농사를 가장 일찍 시작한 민족으로 공인을 받고 있다. 1998년 4월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 구석기 유적에서 탄화 씨앗 40여톨과 볍씨 11톨이 출토됐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수천 년 역사가 흘러오면서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으로 우리의 목숨과 같은 존재였다. 소련 연해주까지 벼농사의 북한계선을 끌어올렸던 우리 민족이 스딸린에 의해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이주당할 때에도 우리 동포들은 볍씨 종자를 가지고 가 그곳에서 벼농사를 지었다.

식량자급률이 20%대에 머물고 있지만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약간은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것도 주식인 쌀만큼은 어느 정도 자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7월 18일 쌀 시장 전면 개방을 선언했다. 올해로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유예기간이 20년이 지났다 하더라도 완전개방이나 관세화개방을 해야 한다고 정해진 바가 없다고 한다. 또한 유예기간이 만료되더라도 매년 약 40만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되 나머지 쌀 수입은 금지하는, 즉 현재의 개방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현상유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쌀개방 불가피하다는 건 정부의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쌀 관세율을 500%로 매기겠다며 쌀 개방을 강행하려 하자 농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서천에서도 18일 오전 벼를 트랙터를 갈아 엎는 의지를 보이며 정부의 쌀 관세화를 저지시키겠다고 나서서고 있다.

쌀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은 한국에서 농업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것이며 농민들의 삶과 국민들의 식생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80% 초반 수준인 반면, 쌀 강국인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은 120~180% 수준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생산을 위한 농지면적까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수입쌀 물량 증가는 기존의 쌀 생산 토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쌀 산업은 현재도 제대로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20년 전인 1995년 우리나라의 1인당 밥쌀 소비량은 106.5kg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7.2kg으로 무려 37%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쌀 생산량은 469만5000t에서 423만t으로 감소했다. 농가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8.3%에서 11.8%(2012년 기준)로, 쌀 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99%에서 0.38%로 급감했다. 쌀 생산력이 약화되면서 쌀 자급률도 낮아져 2000년대 초 100%를 웃돌다가 80%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쌀 시장 개방은 다국적 곡물 기업들이 우리나라 곡물 시장의 마지막 보루인 ‘쌀독’ 통째로 내주는 격이다. 이는 식량안보에 치명타를 날리는 것이고 식량 주권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한미FTA 협상을 끝내면서 “쌀만큼은 지켰다”하더니 이제와서 쌀마저 내주려 하고 있다. 쌀을 지키고 식량주권들을 지키려는 농민들의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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