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다모래 채취와 주꾸미축제
[사설]바다모래 채취와 주꾸미축제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7.03.23 11:29
  • 호수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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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마량항에서 동백꽃주꾸미축제가 막을 올렸다. 정오 무렵이 되자 행사장은 물론 동백정이 있는 발전소 부지 내의 주차장까지 차들이 거의 꽉 들어찼다. 자동차 행렬은 축제장에서 약 8km 밖에 있는 배다리저수지 부근까지 이어졌다.

18년 전 주꾸미 축제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흔전만전해 처치 곤란할 정도였던 주꾸미를 값싸게 서비스한다는 차원에서 소비 촉진책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한다. 그러나 이제 주꾸미는 ‘귀하신 몸’이 됐다. 이번 축제가 시작되던 날인 지난 18일 서천특화시장에서는 1kg에 2만 7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지난해 이맘 때에는 3만 5000원을 호가했다.

그럼에도 주꾸미를 찾는 관광객들은 줄지 않고 있다. 이들이 보다 저렴한 값에 주꾸미의 맛을 즐길 수 있다면 남는 돈은 다른 분야에서 소비해 국민 경제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주꾸미가 잡히는 양이 대폭 줄어든 것은 어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주꾸미를 잡는 소라고둥을 갯벌에 넣어두면 전에는 어김없이 한 마리씩 들어 있었는데 지금은 열 개에 한 마리 들어있을 정도라 한다. 어림 잡아도 주꾸미 어획이 1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무엇이 어획량의 급감을 불러왔는가. 지난 15일 장항항과 홍원항에서 어업인들의 집회가 있었다. 이들은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작년에 92만톤에 그쳐 44년만에 100만톤이 무너졌다며 어족자원을 고갈시키는 바다모래채취 중단을 요구했다.

바다모래는 공공재이다. 그러므로 이를 개발하는 데에서 오는 이익은 공익으로 돌려야 경제 정의에 합당할 것이다. 그러나 바다모래 채취에서 나오는 이익은 건설회사 등 소수에게만 돌아간다. 또한 어장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어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이는 바로 사회 양극화로 이어진다. 주꾸미 값을 치솟게 해 이를 맛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후세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연 유산을 파괴해 후세들까지 착취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파괴는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 국가가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바다모래 채취 허가를 내주는 곳은 국가이다. 국가 조직이 이런 식이라면 그 존립 이유는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국가조직은 공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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