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더러운 물만 늘린 4대강 사업
■모시장터/더러운 물만 늘린 4대강 사업
  • 칼럼위원 박병상
  • 승인 2017.06.28 00:32
  • 호수 8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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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드러낸 충청도의 저수지로 흘러들던 하천을 이맘때 찾는다면 모르긴 해도 바싹 말랐을 거 같다. 쩍쩍 갈라진 호수의 바닥에 뒹구는 잉어나 가물치가 처참할지 모르는데, 그리 많던 붕어는 보이지 않겠지. 그런데 희한하다. 비가 내려 저수지에 물이 다시 고이면 종적을 감췄던 민물어류들이 다시 나타난다. 바싹 말랐던 하천도 비슷하다. 살았던 어류가 다시 모이는데 누가 풀었을까?

경사가 급한 산지에서 발원하여 바다로 흐르는 우리나라의 하천은 대부분 물살이 빠르다. 평원이 드넓은 국가에 비한다면 직선에 가깝게 흐른다. 독특한 건 화강암 모래가 강물과 더불어 중상류를 흐른다는 점이다. 강물에 흙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하구와 이어진 바다로 나가 갯벌로 쌓인다. 갯벌은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바다, 조간대에 사는 수많은 어패류의 산란장이요 생활터전이다. 모래와 자갈이 깔린 중상류 하천은 갯벌과 판이하게 다른 물고기들의 터전이다. 그런 생태계에 가장 늦게 동참한 사람은 하천에서 물을 구했다.

모래가 흐르는 하천은 물을 정화해 머금으며 주변을 적신다. 바싹 말라 보이는 하천의 바닥을 깊게 파면 물에 젖은 모래와 자갈이 반드시 나오고 그 자리에 물이 스며서 조금씩 흐른다. 그 물은 주변 마을의 우물을 채우고 논과 밭을 적신다. 비가 내려 물이 다시 흐르면 하천 바닥에 숨었던 민물어류들이 나온다. 쩍쩍 갈라진 저수지의 진흙에 숨었던 가물치와 잉어도 모습을 드러낼 텐데, 4대강 사업은 그 생명의 순환을 차단했다.

강에 흘러든 흙은 모래와 자갈 사이를 빠져나가지만 다목적 댐과 4대강 사업의 대형 보는 그 오랜 흐름을 차단한다. 모래와 더불어 바닥에 하염없이 쌓이는 흙은 모래의 정화능력을 방해하며 썩어간다. 물이 정체되기 때문인데, 농경지의 농약 성분과 인근 공업단지의 오폐수가 스며든다면? 대책 없이 썩어갈 텐데, 그 모습은 해를 거듭할수록 끔찍해진다. 맑은 물을 마셔야 하는 사람은 그런 물을 사용할 수 없다.

충분한 돈과 에너지와 화학물질과 시간을 들여 처리하면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치명적 독성을 지닌 녹조류를 제거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는 전문가의 주장이 들리는데, 녹조로 끈적끈적하더라도 물그릇이 커다란 만큼 주변 농경지에서 흔쾌할 리 없다. 꺼림칙한데, 녹조 섞인 물로 생산한 농작물은 괜찮을까? 누가 연구하면 좋겠다.

4대강 사업은 거대한 호수를 계단처럼 더럽게 이어놓았는데, 그 호수의 바닥에 썩은 진흙이 켜켜이 내려앉았다. 실지렁이가 보이므로 완전히 썩지 않았다고 주장하고픈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물을 사용하면 사람은 위험에 빠질 것이다. 문제는 진흙이다. 진흙은 물의 연결을 차단한다. 강 주변의 마을 우물은 물기를 잃고 농토도 메말라진다. 4대강의 현실이 시방 그렇다. 물그릇 키웠지만 소용 있는 물은 사라졌다. 가뭄은 오히려 심각해졌다.

4대강의 녹조는 점점 흉측해진다. 가뭄이 들자 더욱 처참한데, 그로 인한 고통이 대형 보의 수문을 찔끔 연다고 해결될 리 없다. 수문을 완전히 열어도 녹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수문 위치가 높으니 진흙을 전부 흘려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16개의 보를 헐어낸다면? 녹조가 눈에 띄게 줄어들겠지만 진흙이 전부 사라져야 강은 회복되겠지. 깨끗해진 모래가 강물과 더불어 예전처럼 흐르지 않는다면 주변 농토와 마을은 안심하지 못할 것이다.

대형 보가 완공된 지 6년. 강바닥이 이 시간 심하게 오염되었어도 회복 불가능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보 헐어내는 시간을 앞당길수록 깨끗해지는 시간이 줄어들겠지. 생태학이나 수리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상식으로 여길 텐데, 실지렁이마저 위험해지기 전에 어서 대형 보를 헐어내야 한다. 후손의 생명이 달린 일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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