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새로운 지속가능발전지표로 대체하자
■모시장터/새로운 지속가능발전지표로 대체하자
  • 칼럼위원 박병상
  • 승인 2017.07.19 15:56
  • 호수 86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이나 정부는 자신의 사업과 정책을 늘 평가한다. 평가를 생략하면 실패의 원인을 진단하지 못하는 만큼 시행착오를 합리적으로 줄이지 못한다. 이윤의 크기가 기업 평가의 기준이라면 정부는 정책의 성취를 먼저 따지겠지. 체계적 평가를 합리적으로 수행하려면 객관적 판단 기준을 가진 지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출산휴가를 얼마나 보장해야 직원의 충성도와 회사의 이윤이 늘어나는지 살피려면 납득 가능한 지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부마다 지표가 있다. 평가는 공무원 승진의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지표를 창안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지표는 되도록 포괄적이어야 한다. 시시콜콜 따진다면 지표에 치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 어떤 지표로 애사심을 측정해야 실효성 있을까? 기업은 깊은 고민으로 고안할 텐데, 민주적 절차보다 기업주의 의지가 우선일지 모른다. 지역 주민의 행복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평균 임금, 주택 보급률, 농어촌은 도시와 다르고 관광지는 공장이 많은 지역과 다르겠지. 다만 최종적으로 구성원의 행복 증진과 추구하는 만큼, 지표는 민주적 절차를 생략하며 만들 수 없다.

지표는 정의로워야 한다. 공정해야 정의롭다. 하지만 공정함이 무조건 공평함을 반영하는 건 아니다.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공정하고 정의로운데, 그렇다면 우리는 발언권이 약한 다음세대를 살펴야 한다. 조상이 현 세대의 행복을 방해하지 않았듯 우리도 후손이 누려야 할 행복을 가로채면 안 된다. 행복이 돈벌이인가? 그렇다면 후손이 돈 벌 여건을 온전하게 남겨야 한다. 행복이 건강이라면 후손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석유위기 시대에 후손의 일자리는 보전될까? 온난화된 지구에 방사능과 미세먼지가 전에 없이 늘었는데, 후손은 건강할 수 있을까?

미래세대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반을 해치지 않은 범위 안에서 현 세대의 욕구를 충족하자는 제안이 유엔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이른바 ‘지속가능발전’이다. 오늘도 내일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제안일 리 없다. 다음세대도 지탱 가능하도록 탐욕스런 개발을 자제하자는 개념에 가깝다. 주변부와 후손의 삶 따위에 관심이 없던 기득권, 그 기득권의 이해에 충실해왔던 관행에 젖은 공직자들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이기에 지속가능발전은 시민사회의 중요한 관심사로 여전히 떠오르지 못한다. 지속가능발전이 효과를 빚게 하려면 구속력 있는 지표를 만들어 엄중히 평가해야 한다.

유엔의 권고에 호응한 우리나라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 50조를 기반으로 “지속가능발전 관련 국제적 합의를 이행하고 국가의 지속가능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20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지속가능발전지표’를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그 지표를 근거로 정부는 “지속가능발전정책 추진실적을 정기적으로 평가와 그 실적을 발표하여 정부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공평한 사회의 비전, 건강한 환경, 경제적 예측을 제시하는 등 지속가능발전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지속가능발전지표는 의무가 아니다. 중앙 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지표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무관심한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이다.
경제성장은 행복을 더는 견인하지 못한다. 자원이 무한하다는 전제가 성립될 때 계속될 수 있는 경제성장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폐기물은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지 않던가. 산업혁명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한 지금, 지구가 보내는 신호는 비명에 가깝다. 자원은 바닥을 드러내고 자연은 회복이 불가능하게 파괴되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후손의 삶은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발전이 등장한 이유가 그렇지 않던가.

시간이 걸리고 다소 미숙하더라도 시민의 능동적 참여로 지속가능발전지표를 만들고 시행한다면 경제성장을 막연히 부추기는 기존 지표를 대신하면서 뿌리내릴 수 있다. 촛불이 만든 정권에게 바란다. 지속 가능하게 이어지는 행복을 추구한다면, 구속력 있는 지속가능발전지표를 새롭게 만들어 시민사회에 선포하기를 당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