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좋은 달걀 구하는 방법
■ 모시장터 / 좋은 달걀 구하는 방법
  • 칼럼위원 최용혁
  • 승인 2017.08.30 11:49
  • 호수 8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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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혁 칼럼위원
데굴데굴 구르던 달걀이 벌떡 일어나 “나도 이제부터 게임 체인저야!”라고 한다면 북한의 미사일이 코웃음 칠 일일까? 살충제 달걀 파문 이후 달걀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결코 가볍지 않다. 본질적으로, 같이 망할 것인지 같이 살 것인지 선택에 대한 물음이다. 겨우, 오늘 저녁 밥상에 올릴 좋은 달걀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가지고 그 선택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너무 주제넘은 일일까?

첫째, 달걀은 닭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좋은 달걀을 낳으려는 의지는 닭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닭이 자라는 환경이 중요한 것인데 일찍이 우리는 맹자의 어머니로부터 이 중요성을 배운 바 있다. 달걀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총합이 아니다. 생명을 품고 있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유정란이든, 무정란이든 영양학적으로 똑같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삶에서 죽음에 이르는 어느 과정, 닭의 어떤 상태, 어떤 생각이 달걀을 만드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약 1500여개의 산란계 가축 시설 중 약 1% 정도만의 닭이 적어도 흙 위에 발을 디디며 최소한의 영감을 느끼고 살고 있다.

둘째,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이라는 독일 철학자 포이에르바흐의 말을 통해 우리는 ‘닭이 먹는 것이 곧 닭과 달걀’이라는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인간은 약 60조 개의 세포를 갖고 살고 있으며 각 세포가 독립적으로 생로병사의 단계를 겪는다. 우리가 먹는 것을 통해 60조 개의 세포는 하루하루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내가 먹는 것이 내 팔다리고 내 생각이다. 내가 먹는 것이 나이고 닭이 먹는 것이 닭이다. 닭이 하루에 150g을 먹으면 100g은 닭이고 나머지 50g은 달걀이다. 사료곡물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약 22% 정도인데 쌀을 제외하면 5%까지 떨어진다. 사료 곡물은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GMO로부터의 안전성을 검증받은 사료는 1%에 한참 못 미친다.  

셋째, ‘누가 키우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전문가가 알아서 잘 하겠지’하는 생각이 문제를 키워왔다. 원자력 전문가는 원자력을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이고 군사 전문가는 무기를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이고 고위 공무원은 나라를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도 할 수 있다.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놓으면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내가 할 수 없다면 적어도 누가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생산자가 누구인가?’, ‘농민이란 어떤 사람들인가?’를 묻고 답해야 한다. ‘부부금슬이 좋은 농장주와 좋은 달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먹는 사람과 키우는 사람은 더욱 많은 것을 소통해야 한다.

자, 이렇게 몇 가지의 검증으로 대한민국 1%의 좋은 계란을 찾아냈다. 이제 행복한가? 다행인가? 달걀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벌써 급하게 피곤해진다. 쌀은? 야채는? 된장, 고추장은? 비소 논란이 있었던 미국산 수입쌀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농약회사에서 제시한 수확전 처리기간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 된장, 고추장에 사용된 콩의 GMO 여부에 대해서는? 공부가 부족하다고 자책하지 마시길. 먹고 사는 것이 치열한 문제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피곤하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언론과 기업이 던지는 ‘좋은 농산물이란?’ 같은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하고 경품 정도 바라는 일을 멈추자. 농민과 소비자의 방관을 헤집고 들어와 전문가 행세를 하는 자본에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하지 말자. 그리고 늘 그랬듯이, 소비자와 농민이 광장에서 만나 상처 입은 그대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게 된다면 우린 새로운 밥상을 차릴 좋은 동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용혁 칼럼위원은 마서면 신포에서 흙을 밟고 다니는 닭을 키우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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