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촌은 도시의 식민지인가
사설/ 농촌은 도시의 식민지인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7.12.08 00:25
  • 호수 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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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라는 구호가 있었다. 10여년 전 수원의 농촌진흥청 본관 건물에 붙어있었던 구호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농촌진흥청은 전북 완주로 옮겨 말은 ‘농생명과학’을 외치고 있지만 실은 농촌의 미래를 파괴하는 유전자조작 작물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신토불이’란 말도 이같은 거짓문구들 중 하나다. 이 말은 몸과 땅은 자기가 사는 곳 십리 안에서 대부분의 먹거리를 해결했던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사람의 심리적 공간감각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 농촌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은 이 말은 도시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값이 싸다는 이유로 수만리 밖에서 온 먹거리를 선택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 땅에서 나는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도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른다. 언론은 이에 장단을 맞춰 호들갑을 떨며 수입업자들의 손을 쉽게 들어준다. 도시사람들을 위한 교묘한 식민지 착취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농촌은 도시의 폐기물처리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람의 80%가 도시에 살며 이들 가운데 80%가 아파트에 산다고 한다. 20년만 지나도 재건축을 들먹인다. 이미 재건축 재개발을 한 곳도 많지만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여기에서 발생한 폐기물들이 농촌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콘크리이트는 예전과 같지 않다. 온갖 독극물을 함유한 것까지 시멘트 소성로에 들어가 태워져 시멘트가 되어 나온다. 맨손으로 만지면 손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이러한 폐기물들이 농촌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니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자체를 파고든다. 교묘한 언설로 ‘친환경적’이니, ‘일자리 창출’이니, ‘세수 증대’니 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혹하게 한다.

지금까지 이런 수법들이 많이 먹혀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가동되고 있는 곳들은 현재 어떤 사정에 처해있는지 농촌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발전소 주변 동네일 것이다. 지역 발전을 내세우며 들어온 시설들이다. 그러나 핵발전소든 석탄발전소든 발전소를 곁에 두고 잘된 마을은 한 군데도 없다.

비인면 주민들이 건축폐기물처리장을 문제를 두고 날씨도 추운데 오늘 또 다시 집회를 벌였다. 대대로 살아온 청정지역을 일거에 사람 살 곳 못되는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시설을 누가 흔쾌히 받아들이겠는가.
더 이상 농촌은 도시 사람들의 쓰레기장이 아니다. 군은 허가 여부를 곧 결정한다고 한다.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 네덜란드에서는 풍력발전용 풍차 하나 설립하는 문제를 두고 마을 사람 전원이 찬성하지 않으면 2년이고 3년이고 결정을 하지 않고 토론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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